北 양식 수매상점 도입 의미와 배경

북한이 양식 수매상점을 통한 쌀거래를 허용한 조치는 그간 생필품으로 국한됐던 거래품목을 식량까지 전면 확대함으로써 시장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수매상점은 원래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꾀하려는 목적에서 주민들로부터 사들인 중고품이나 고물을 재활용해 재판매하는 기능을 갖고 시작됐다. 하지만 차츰 개인으로부터 도매가격으로 물건을 사들여 소매가격에 판매하는 일종의 유통상점으로 기능이 변질돼왔다.

특히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2003년 3월 종합시장의 등장 이후 국가에서 운영하는 많은 국영상점들이 이득금의 일부를 국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얻어 수매상점화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개인이나 무역회사가 중국 등에서 수입한 공산품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수매상점이 확산되자 북한 당국은 수매상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개인 등에 대해 신분과 자금출처를 캐묻지 못하도록 법령까지 제정하는 데 이르렀다.

이런 측면에서 양식 수매상점의 도입은 그간 명목상으로는 배급제를 근간으로 한 양곡 유통원칙을 고수해왔던 북한이 시장의 현실을 인정하고 국가 공급망 이외의 쌀 거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평가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일부 자본력이 있는 양식 수매상점이 일종의 쌀 도매상으로서 종합시장의 매대까지 임대해 판매에 나설 경우 종합시장에서도 쌀 거래가 양성화될 수밖에 없는 연쇄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양식 수매상점이 등장했다고 해서 그간 배급 기능을 맡았던 양정사업소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이와 관련, “양정사업소는 계속 운영되고 있으며 당.군.정 간부 등 특권계층에 대한 우호가격 배급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한 양정사업소는 계속 존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식 수매상점의 등장에 따라 그간 암시장에서 거래돼왔던 쌀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배급망이 가동을 멈추면서 주민들은 암시장을 통해 양식을 구매해왔지만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일부 상인들의 사재기 행위로 춘궁기에는 식량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폐단도 지적돼왔다.

양식 수매상점은 국가의 가격지도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직매점이나 수매상점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협의가격’을 적용해 국가 고시가격보다는 높지만 암시장 거래가격보다는 낮은 가격에 쌀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조치는 암시장의 곡물유통 기능을 억제하고 쌀 거래를 국가가 관할하는 시장 내부로 흡수하면서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목적에서 단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7월 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식량지원이 중단되면서 북한이 올들어 식량값 폭등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집중적으로 제기됐었다.

하지만 장마당의 쌀가격이 10년만에 처음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6)에 즈음해 불법 쌀거래가 집중적인 단속대상이 되면서 암시장 가격이 북한돈으로 1㎏에 800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양식 수매상점의 등장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수매상점에서 식량판매를 하게 됨으로써 암시장의 수요를 제도권으로 옮겨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북한 당국은 양식수매상점이 납부하는 돈으로 재정을 확충하는 효과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풀이했다.

쌀거래가 공식 허용되면서 북한이 중국의 농가청부생산제를 모델로 2002년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해왔던 개인영농제가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식 수매상점이 농촌에서도 직접 쌀을 사들일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전까지 국가에서 독점해왔던 수매기능을 나눠 갖게된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쌀 1㎏을 40원에 수매해 44원에 배급해왔지만 농민들이 자신이 생산한 쌀을 국정 수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매상점에 팔 수 있게 되면 영농의욕이 고취돼 식량생산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더불어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