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으론 후계 박차..밖으론 시선분산 시도

북한이 제3방송 등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아들 `김정운(김정은) = 후계자’를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전반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이른바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인 2012년 공식화를 염두에 두고 후계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운을 “군사의 영재” 등으로 찬양하는 북한 내부의 교양자료에 대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도 북한이 김정운 후계체제 구축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대북 소식통은 13일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유지되는 한 2012년을 `김정운 후계’ 공식화 시점으로 정해놓고 내부적으로 사회 전반에서 김정운 후계의 당위성 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다만 이러한 내부 움직임과 달리 대외적으론 후계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핵실험 후 재외공관들에 보낸 전문을 통해 김정운의 후계 내정 사실을 전달했고 이는 우리 국가정보원에 포착돼 국정원이 김정운 후계자 내정 사실을 공식 확인하는 계기가 됐었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한달여후인 6월 말께 역시 재외공관에 보낸 전문에서는 “우리의 영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김정일 장군님이시다”라며 후계체제 구축 사실을 너무 부각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훈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기를 전후한 지난해말과 올해 상반기엔 ‘만경대 가문’이나 ‘백두혈통’ 같은 후계체제 구축의 추진을 시사하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다 정작 후계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2개월여전부터는 이런 표현이 북한 매체들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김정운 후계체제 구축은 중단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대외 입조심은 국제사회를 의식한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후계자와 후계체제가 대외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8월 대미, 대남 평화공세로 급선회,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상황에서 대외 협상력과 협상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 회견에서 북한을 보는 외부 시선의 초점이 후계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해 “일부 외국 언론이 우리의 부상과 번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인식을 나타낸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8월 평화공세가 즉흥적으로 수립.실행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으로 사전에 후계 이슈를 약화시키고 자신의 존재를 극대화시키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13일 “사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그것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파생한 후계체제 문제가 한국, 미국 등을 대북 협상에 미온적이게 만든 요인중의 하나”라며 “이들 나라가 언제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이냐는 문제에서 북한 리더십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의 시선이 후계문제와 후계자에게 쏠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북한의 입장은 특사 조의방문단을 비롯한 북측 관계자들이 김 위원장의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면담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면담 사실을 들어 그의 건강과 리더십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북한이 후계문제에 관해 대내, 대외적으로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부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부적으론 1974년 이미 후계자로 공식 결정됐지만 대외에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것은 6년이 지난 1980년이었다.

최근 일각에선 북한이 후계문제 논의를 중단했다거나 김정운에 관한 선전활동을 중단했으며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급속히 호전됨에 따라 후계체제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또는 권력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관측과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좋은벗들, 데일리NK, 열린북한방송 등 북한관련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이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후계 논의 중단, 선전 중단을 잇따라 거론한 데 이어 북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후계논의 사실을 ‘공식’ 부인한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호전이란 지난해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아졌다는 것이지 그가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열린북한방송은 지난달 소식지에서 김 위원장이 당뇨성 신부전증으로 인해 지난 5월부터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지난 7월 “프랑스 등 일부 외국 의사들”을 인용해 ‘환각증세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의학적으로, 신부전증이 심할 경우 요독이 뇌신경을 건드려 남 소장이 말하는 ‘환각’ 증세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건강문제가 있는 김 위원장으로선 우라늄 농축 기술 등을 카드로 미국을 상대해 시간싸움을 벌일 순 있지만, 시간을 상대로 싸울 여유는 없는 처지다.

그가 올해 초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기 위해선 4년밖에 남지 않았다거나, 최근엔 “목표는 비상히 높고 주어진 기간은 짧다”고 말했다는 북한 언론매체들의 보도는 그가 시간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그의 입을 통해 말해주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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