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이 아닌 무기 키우는 정권…압박에 모든 수단 사용”







▲9일 판문점을 방문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 / 사진=공동취재단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9일 “북한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위협하는 것과 자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별개 사안처럼 보이지만 국제적 기준에 대한 경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면서 북한을 규탄했다.


대북제재 관련 협의차 방한 중인 파워 대사는 이날 오후 주한 미 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 아동 25%가 만성적 영양 결핍으로 발육부진인데, 그럼에도 북한은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자국 아이들이 아닌 무기를 키우는 정권인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와 관련, “안보리(제재)가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있어 한 가지 도구이긴 하지만, 미국은 이를 다루기 위해 모든 도구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여기엔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동원하는 외교적 압박이 포함돼 있다. 즉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을 고립시키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면 이제까지 북한 외교관들이 자국 체제와 무기 프로그램을 진보시키기 위해 외교관의 특권을 남용한 바가 있는데, 이 같은 북한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완벽히 억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파워 대사는 “유엔 결의 2270호는 유엔이 한 세대에 걸쳐 통과시킨 결의안 중 가장 강력하고 완성적인 결의안”이라면서 “제재가 전반적으로 시행되는 데에도, 또 이행된 후에도 효과를 거두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유엔이) 북한 주민들의 복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어서 (결의 2270호에) 예외 조항 둔 게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지금껏 봤던 허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결의안 내용이 무엇이든 북한과 거래하는 유엔 회원국들이 문서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제재를 완전히 시행하느냐에 (제재 효과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추가 제재 결의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안보리 협상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은 나머지 14개 회원국들도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이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추가 제재 도출에 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임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안보리 회원국들은 북한의 핵실험을 만장일치로 비난하고,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단합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대북 압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방법과 시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기술적 협의는 물론 정치적 지도자들을 관여시켜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대화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더 강력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도발과 국제법 위반을 일삼는 정권은 결코 강력해진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핵실험의 능력이 정교해짐에 따라 북한의 위협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방한과 관련, “북한이 불법 무기 프로그램들을 뒷받침해주는 물질과 경화(硬貨·달러 등)들을 얻기 어렵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 고위 관료들과 만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파워 대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총회 등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거론한 것과 관련 “유엔 헌장을 보면 회원국들이 자유와 국제 평화, 안보에 대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때문에 북한을 압박하는 하나의 형태로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북한 의무를 늘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인권 문제의 중요성이 두드러짐에도 불구, 정부가 북한 함경북도 수해 지역에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는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수해로 인해 집을 잃어버린 북한 가족들에게 정말 마음이 쓰인다”면서도 “하지만 사실 국제기구나 국가 등 국제원조를 공여하는 당사자들은 실제 이 원조가 홍수나 영양실조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착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은 몇 가지 (원조) 프로그램을 북한에서 운용하고 있고 실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다만 대부분의 돈처럼 원조금마저 북한의 군 프로그램에 쓰이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9일 하나원을 방문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 / 사진=통일부 제공


한편 파워 대사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판문점과 군사분계선(DMZ),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도 방문했다. 미 각료급 인사가 하나원에서 탈북민과 대화하고 판문점을 직접 찾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유엔 주재 대사로서 대북 제재를 도출하는 데 주도적으로 임해온 만큼, 파워 대사의 이번 방한 일정이 대북 압박 기조를 형성하는 데 상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워 대사는 입각 전 인권 운동가로 활약한 경력이 있는 만큼, 방한 중 북한인권 문제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엄청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고, 올해도 또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인권 상황을 “동시대에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범죄(worst crime)”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에서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뉴욕으로 돌아가서 대북 제재 뿐 아니라 북한 인권 상황이 더 주목받을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오랫동안 외부 세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만 이야기했고,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이것을 바꾸어 나가고자 하며, 많은 국가들이 어두운 북한에 조명을 비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탈북민들의 삶과 걸어온 길, 경험에 대해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 그들은 닫힌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여러분은 이미 북한정권보다 강인함을 보여줬다. 전 세계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사회는 북한 내부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런 어둠에 빛을 비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와 유엔은 북한정권의 변화와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한 사흘째인 10일 파워 대사는 탈북민 대안학교인 다음학교를 방문하고, 이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윤 장관, 주 유엔 대사로 내정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등과 잇따라 면담한다. 이날 저녁엔 윤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며, 출국은 11일 오전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