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세안에 대화 요청…現한반도 상황 고려 거절”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샤하피즈 샤하리스 말레이시아 외교부 아세안 사무국 과장(가운데).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북한 당국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아세안은 아직 북한과의 대화가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해 거절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샤하피즈 샤하리스 말레이시아 외교부 아세안 사무국 과장은 지난 21일 아세안 사무국을 찾은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대화 상대국으로서 (대화를) 요청하긴 했지만, 그러한 요청이 있어도 고려사항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북한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 상황이 진정되고 나서 대화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샤하리스 과장은 “(다만) 아세안은 미래지향적인 대화를 바라고 있다. 모든 아세안 국가들이 공유하는 원칙은 ‘대화로 나아간다’는 것”이라면서 “(대화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항상 이런 식(대화)의 접촉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21일,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있었던 북미 간 민간접촉(트랙2)와 관련 “이런 트랙2가 있었는지는 몰랐으나, 말했듯 아세안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는 포함시킨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어떤 형태가 됐든 참여나 대화를 도모하는 게 물리적 충돌보다는 좋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현재를 (북한과의) 대화를 여는 좋은 기회라고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형태의 대화든 건강한 발전이 될 것이라 본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이런 방법을 통해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대화가 이뤄졌다는 것은 바람직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앞서 북한이 유일하게 포함돼 있는 다자외교협의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지난 7월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강력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성명은 역대 ARF가 내놓은 의장성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에 북한이 문안 수정을 시도했으나 회원국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두 달 뒤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제11차 회의에서도 처음으로 북한 핵포기를 촉구하는 비확산성명이 채택됐다. EAS에는 아세안 회원국들과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호주 등 18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샤하리스 과장은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우호 협약을 갖고 있지만,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EAS 성명 등을 통해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 점점 강도 높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세안은 (북핵 문제에) 조금 더 관여하고 대화하길 바란다.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오고, 대결적 태도를 멀리 하길 바라는 것”이라면서 “비록 그 (대화) 범위가 매우 작더라도, ARF는 북한 문제에 관여하는 통로다. 일부는 (북한에) 강력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아세안은 대화를 통한 교류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