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들 편지 미국서 주인 찾아

북한에 살고 있는 아들이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기 위해 미국에 보낸 편지가 수취인을 찾지 못하다가 마침내 편지 주인인 고모부를 찾았다.

이 편지는 함경북도 부령군에 사는 로 모 씨가 지난 1월1일자로 미국 뉴욕 퀸즈에 사는 고모부 ‘김중현’씨 앞으로 아버지의 안부를 묻기 위해 보낸 것으로, 수취인은 뉴욕에서 식당과 연회장을 운영하는 대동연회장 김중현(75) 회장이었다.

로씨가 보낸 편지 주소에 고모부가 살지 않아 우체부가 한인이 운영하는 인근 델리가게에 맡겼던 이 편지는 뉴욕 등 미 동부지역 한인 라디오방송인 KRB의 김준한(32) PD에게 전해져 그 사연이 방송을 탔고 ‘김중현’이라는 수취인 이름과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김 회장이 10일(현지시간) 자신이 수취인임을 확인하게 됐다.

김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잃어버릴 뻔 했던 편지를 찾게돼 만감이 교차한다”며 조카인 로씨가 안부를 물은 아버지는 지금 서울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10일 밤 한국에 있는 로씨 가족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북한에 있는 로씨를 만나게 된 것은 1997년. 김 회장은 당시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북한에 국수공장을 여는 것을 알아보는 문제로 방북을 했었고 그 때 로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조카가 있는데 만나보고 싶다는 뜻을 당시 북측에 전했고 로씨가 1주일이 걸려서 평양에 와 30분 정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씨가 보낸 편지가 전달되지 못한 것은 김 회장이 상봉 당시 건내줬던 명함에 있던 주소로 편지가 보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그때 명함을 로씨에게 줬는데 그 주소가 2001년 5월에 화재가 나서 그만 둔 퀸즈의 대동면옥 주소였다”며 편지가 주인을 찾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 로씨가 연락이 끊겼다는 여동생은 미 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이사를 해서 연락이 끊긴 것 같다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로씨는 편지에서 자신이 1997년 11월3일 평양고려호텔에서 상봉했던 아버지 로 모 씨의 장남이라면서 “지금까지 10년 넘는 세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과 편지거래를 가졌었는데 최근 수년간 편지거래가 끊어져 그럽니다”라고 설명한 뒤 연락이 끊어지고 나니 아버지 생사 여부도 알 수 없고 건강하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며 고모부가 소식을 꼭 전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자신의 사연을 전했었다.

평양 출신인 김 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1.4 후퇴때 남쪽으로 왔고 로씨의 아버지도 그 때 자신과는 따로 남쪽으로 왔다가 만나게 됐다.

김 회장은 “편지를 보낸 조카가 지금은 60대일 것”이라며 “북한에는 지금 노씨 3형제와 어머니가 살고 있다”고 설명한 뒤 북한을 4번 방문했었는데 로씨를 만난 것은 3번째 방북 때였다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76년 한국을 떠나 남미에 갔다가 81년 미국으로 이민을 와 식당업을 시작했고 현재 뉴욕의 한인사회의 각종 행사장으로 유명한 대동연회장을 운영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