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동지원물자 ‘평양·특권층’ 편중 배급”

“2001~2002년 사이에 유엔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1kg씩 나눠주라고 돼지고기를 보내왔다. 유엔에서 실사를 나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딴 말 안하도록 뒤늦게 한 번 먹였다.”(이모(18세)군, 북한 출생지: 강원도 문천시)

“2002년 여름에 도이칠란드에서 보낸 쇠고기가 청진항에 들어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한 번 받았는데, 못 받았다는 말이 돌지 않도록 입을 막기 위해 조금 준 것이다.”(김모(20)양, 함북 경원군)

“소학교 2~4학년 때(1998~2000년) 유엔과자가 한창 들어오다가 그 다음부터 줄었다. 봉지에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모두 유엔과자라고 불렀는데 절대로 공짜로 주는 일은 없었고 항상 돈을 내야만 먹을 수 있었다.”(김모(18)양, 평남 남포시)

“(소학교)4년 내내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과서가 거의 없었다. 나도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원수님 어린시절’, ‘공산주의 도덕’ 등 3권밖에 없었다.”(최모(17)군, 평북 구장군)

“중학교 1학년(11세) 때부터 농촌지원을 보냈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오후 3시부터 저녁까지, 없는 날에는 오전 7시에 출발해서 걸어서 3시간, 저녁 7시까지 일했다.”(김모(17세)군, 평남 덕천시)

“북한은 만 16세의 어린 나이에 한창 성장기로 뼈도 제대로 굳지 않은 청소년들이 군대에 나가 고생하는데, 인권문제로 말하자면 사실 가장 처참한 곳이 군대다.”(박모(43)씨, 함북 청진시)

북한아동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평양 등 일부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돼 지역별, 계층적 격차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과 아시아인권센터(소장 허만호)는 2001~08년 탈북한 청소년 40명과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조사해, 지난 1일(현지시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북한 아동권 실태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대북 지원단체들이 1995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북한의 오지인 평안북도나 함경북도 지역에 아동 영양빵을 직접 지원해 비교적 투명한 전달이 가능했지만, 이후 평양에 빵공장을 지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함경북도 지역 아동에 대한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엔 요원들이 ‘유엔 과자’로 불리는 고영양 비스킷을 직접 나눠주지 않고 각 학교에 분배를 일임했을 경우 비스킷이 무상 제공되지 않고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공공연히 돈을 받고 팔거나 장마당에서 매매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아동들의 학업중도포기 원인이 단순히 식량부족 때문이 아니라 농사지원, 군 원호사업(군수지원), 외화벌이, ‘좋은일하기운동’ 등 다양한 명목으로 벌어지는 과도한 노동, 경제적 착취에 있다”고 했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 아동들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마약의 원료인 아편재배에 동원되어온 문제와 탈북 후 강제송환된 아동들이 겪는 처벌실태의 변화추이도 밝혔다.

한편, 북한이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북한은 이행보고서를 성실히 작성·제출해야 하지만 1996년 최초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그동안 지연 또는 형식적으로 제출 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아시아인권센터가 작성한 이번 대체보고서는 그동안 북한의 형식적인 내용에 대한 실증적 자료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번 대체보고서를 주도한 시민연합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북한의) 잦은 (보고서) 지연 제출과 1997년 보고서 제출거부선언, 형식적 보고 행태 등에 지치다 보니 유엔도 북한의 의무불이행에 눈을 감아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체보고서에 대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매우 높은 기대와 관심을 보였으며, 북한측 대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고서를 읽게 될 것인 만큼 북한 당국에도 우리의 우려와 권고사항들이 그대로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북한은 그 동안의 보고서들에서 ‘어린이는 나라의 왕’이며 ‘나라의 보물’로 아낌없이 잘 보살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너무 비참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