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써비차 없앤다”…인민보안부 집중 단속






▲ 써비차를 이용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자료사진)/ ⓒ데일리NK
북한이 최근 인민보안부(경찰청)의 지시문을 통해 개인 돈벌이로 이용되고 있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트럭 등을 모두 일방 몰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부에 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2000년대 중반 개인들의 버스를 운행을 몇 차례 단속 한 적이 있지만 전체 차량에 대한 종합단속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25일 “지난 18일 포치(전달)된 인민보안부 지시문에 따라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승용차, 승합차, 1.5~2t짜리 소형 화물차 등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다”면서 “교통보안원(교통경찰)들이 총 출동해 길거리에서 자동차등록증, 자동차검사증, 자동차운행증, 운전수 운전면허증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각 도 교통처 ‘교통단속 종합 상황실’의 컴퓨터에 저장된 간부 차량과 사업용 차량 외에는 모두 몰수하겠다는 것이 인민보안부의 의지”라면서 “군대 외화벌이 기관들이 갖고 있는 차량도 모두 검열대상이며 이는 경무대(헌병)가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써비차(service-car)’로 불리는 자동차들은 전력난으로 인해 운행율이 급속히 감소한 철도를 대신해 2000년대 중반부터 사람 및 물류 이동의 핵심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 때문에 써비차에 대한 통제가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간신히 벗어나고 있는 북한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에서 자동차에 통제는 인민보안부 교통국에서 관할한다. 도(道) 인민보안국, 시(市) 인민보안서, 군·구역 인민보안소에는 각각 교통처, 교통과, 호안(護安)과 등이 자동차 통제 업무를 맡는다. 군대 소속 외화벌이 단위들이 소유하는 차량은 모두 군단, 사단, 여단, 연대 ‘후방부’에서 관리하며, 위법사항에 대한 조사 및 단속은 경무대 책임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번 써비차 단속을 크게 2단계(1단계는 올해 말까지, 2단계는 내년 4월말까지)로 나누고 향후 6개월 동안에 주요 기관 기업소의 자동차 보유 및 운행 현황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는 한편, 거리에서 발견되는 자동차를 일일이 검문해 위법사항이 발견되는 데로 모두 현장에서 몰수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부쩍 내부통제에 힘을 쏟고 있는 북한 당국의 ‘비(非)사회주의 요소 척결 투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자동차와 같은 주요 국가재산이 사적(私的) 영리활동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각급 기업소 간부들이 교묘히 법망을 악용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북한의 써비차 실태를 살펴보면 자동차 등록, 연료 획득 및 운행, 발생한 이윤의 귀속 등 모든 과정에서 간부들의 불법거래와 뇌물수수, 문서위조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써비차 통제가 가져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써비차가 북한 내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북한당국의 통제와 처벌이 장기화 될 경우 지난해 화폐개혁 조치와 맞먹는 내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써비차는 북한의 인적·물적 이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북한은 국가수송망의 대부분을 철도에 의존했으나, 경제난과 전력난이 겹쳤던 96년~98년까지는 철도 가동율이 40% 미만까지 떨어지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써비차는 이때부터 철도의 대안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2004년 상설시장 등장으로 주민들의 이동과 물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적 흐름까지 타면서 현재는 북한 내부의 핵심 운송수단으로 자리하게 됐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내부 이완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 물류와 사람의 이동은 필연적으로 정보의 이동을 낳는다. 써비차 덕에 황해도 사람이 함경북도 회령 두만강 국경까지 접근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자연히 북한내부 정보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유통되는 조건이 갖춰지게 됐고, 이는 북한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통제력 상실’의 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써비차에 대한 통제 여파가 고스란히 시장불안의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상황도 우려를 증폭시킨다. 최근 철도 운행율이 과거 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복원되긴 했지만 시장화 현상에 따른 운송수단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써비차를 없앤다는 것은 다시(90년 중반 처럼) 앉아서 굶어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며 “써비차가 없으면 기업소들의 생산 문제 뿐 만아니라 시장에서 장사하는 도매상·소매상, 시장을 통해 먹고 사는 일반 백성들 모두 생계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중하급 간부들, 그리고 그들과 결탁된 장사꾼들이 1차적으로 곤란해질 것”이라면서 “사실 지금은 노동자 100명도 안 되는 생활필수품 공장들도 모두 써비차를 갖고 있는 판이라 백성들보다는 하급 간부들이 먼저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폐개혁이 북한당국과 일반 주민들 간의 대립으로 격화되었다면, 써비차 통제는 북한당국과 하급간부들 간의 대립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써비차에 짐을 싣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