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중순 북한의 주요도시에서 시장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평양,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 쌀값(1kg)은 6월 중순과 비교해 4250원(50원↓), 4380원(120원↓), 4800원(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물가 안정은 올감자(햇감자) 수확에 따른 곡물 공급량 증가에 따른 것 같다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다만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고기에 비해 많이 소비하고 있는 돼지고기 가격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6월에 감자 걷이(수확)가 이뤄져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면서 “가물(가뭄) 때문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생산량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배급한 것도 물가 안정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평양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배급이 이뤄지고 있고, 혜산과 신의주 같은 경우에는 지난 3월까지 공급되다가 중단됐지만, 이달부터는 배급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까지 중국과의 쌀 무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도 쌀 값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신의주 소식통은 “일주일 전부터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중국에서 쌀이 잘 들어왔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양이 적긴 하지만 쌀 밀수도 이뤄지고 있고, (당국의) 통제가 심하지 않다”면서 “남한산 제품 등 민감한 물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눈감아 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혜산 소식통도 “불법 도강(渡江)때문에 국경경비가 강화돼 곡물 밀거래가 위축되기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밀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있다”면서 “외부에서 온 장사꾼들에 의해 시장에 쌀은 있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장사꾼들의 시장활동 위축→쌀값 상승→기타 곡물 및 공산품 가격 동반 상승의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같이 물가 안정화를 보이는 것은 북한 당국이 적극적인 시장통제를 실시하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평양 소식통은 “5, 6월 ‘모내기 전투동원’이 한창일 때에는 시장을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열었지만 지금은 오전 9시에 정상적으로 시작한다”면서 “최근엔 시장 관련해서 이렇다 할 포치(지시)가 내려온 게 없어 장사꾼들이 편하게 물건을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의 쌀값 안정세와 관련, “북한에서 원래 7월이 되면 수확한 쌀이 떨어지는 시기로, 쌀값이 다소 상승해야 정상”이라면서도 “물가 안정세에는 작년에 쌀 수확이 굉장히 좋아 공급량이 늘었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어 “감자가 공급이 되면서 쌀 대체 식품으로 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 “감자가 1kg에 9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굳이 현재 시점에서 쌀을 구입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이한 점은 쌀 가격과 곡물 가격이 동반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돼지고기 가격만 상승하고 있다. 혜산 지역의 경우 돼지고기 가격(1kg)은 6월 중순에 1만 3000원이었지만 최근에는 1만 600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소고기를 (당국이) 못 먹게 하다 보니 돼지고기는 인민들이 주로 찾는 고기가 됐다”면서 “여름철 보양식으로 찾는 닭과 단고기(개고기)에 비해 눅어(싸서) 요즘 같은 때 많이 팔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시장에서 닭과 개고기는 각각 1kg에 3만 6000원, 3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돼지고기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는 “평양 같은 경우에는 생활 형편이 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가족들끼리 돼지고기로 음식을 푸짐하게 해 먹는 집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소(牛)는 사회주의 농업에서 토지 다음으로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간주된다. 전시(戰時)에는 운송을 위한 ‘전쟁수단’으로 격상되기도 한다. 소를 죽이게 되면 ‘경제범’이 아니라 ‘정치범’이 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소를 잡아서 먹지 못한다.
한편 쌀 가격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환율도 전달에 비해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평양, 신의주, 혜산의 1달러당 환율은 6월 중순과 비교해 각각 200원, 340원, 600원 내린 7100원, 7350원, 7500원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