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싸움준비’ 연일 강조, 軍기강해이 우려?

북한 매체들이 ‘싸움준비’라는 단어를 내세워 군의 충성심 고취와 체제 결속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북한 노동신문 등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이 연설과 담화, 군부대 시찰 등에서 이 단어를 직접 거론한 이후 각종 선전수단에 이른바 ‘김정은 말씀’식으로 선동하고 있다.


30일 노동신문은 1면 머릿기사에 김정은이 인민군 제26차 군사과학기술전람회장을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싸움준비’라는 단어를 총 4차례 사용했다. 김정은은 “제26차 군사과학기술전람회가 인민군대의 과학기술발전을 추동하고 싸움준비와 군인생활, 인민생활향상에 적극 기여하는 중요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8일에도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인민군 제655연합부대의 종합전술연습을 지도하면서 “인민군대의 싸움준비를 더욱 빈틈없이 갖추는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북한군에 ‘싸움준비’를 주문한 것은 김정일 사망에 따른 애도기간이 끝난 직후 군부대 시찰 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인민군 제169군부대를 시찰, 훈련 상황을 보고 받고 “올해 우리 함께 멀고 험한 훈련 길을 달려 어버이 장군님께서 바라시던 대로 부대의 싸움준비를 기어이 완성하자”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월 19일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3일 인민군 전략 로켓사령부에 들러 “싸움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있다가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화력 타격으로 원수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후 노동당과 인민군의 정책방향이 드러난 김일성 100회 생일을 기념한 열병식 연설과 담화, 인민군 창건일 80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싸움준비’가 다시 한번 강조됐다. 


열병식 연설에서 “전군을…(중략)완벽한 실전능력을 체득한 진짜배기 싸움꾼들로 튼튼히 준비시키며 기강이 강하고 안팎으로 멋있는 최정예 혁명강군의 정규화적 면모를 더욱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 25일 열린 인민군 창건일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6일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을 대상으로 한 담화에서 김정은은 “전시에는 싸움을 잘하는 군인이 영웅이지만 평시에는 훈련을 잘하는 군인이 영웅”이라며 “군인들을 일당백의 만능병사로 튼튼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정일 사후 체제 안착화를 위해 ‘선군’ ‘총대’ 등을 강조해온 김정은이 남북 대결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다 호전적인 구호를 내세워 군의 충성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대외 긴장을 조성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싸움준비’ ‘싸움꾼’ 등의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호전적 구호를 내세워 군의 충성심 유도뿐 아니라 당과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양산하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선동방식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군내 기강해이와 관련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이 담화에서 “인민들은 인민군대의 혁명적 군인정신과 투쟁기풍을 적극 따라 배우고 인민군대를 성심성의로 원호하며 일단 유사시에는 군대와 한 전호에서 생사를 같이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남 호전성 구호로 대결분위기를 고취해 이를 체제결속에 이용하기 위한 전형적인 선동방식”이라고 했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중심의 유일적 영도체계 수립과 대남 호전성, 인민군 내 기강해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