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 당국은 다음 달 초 남한 광주시에서 개최되는 ‘2015 여름철 세계 대학생 체육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광주에서 열리는 이번 세계 대학생 체육대회는 육상과 탁구, 유술을 비롯해 6개의 체육 종목과 여자 축구와 송구가 열리는 국제적인 체육대회입니다. 더군다나 북한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올해 초에 밝히고 지난 4월에는 대표단장 사전회의까지 참가해 놓고서는 돌연 뒤집어 놓은 것입니다.
참가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도 문제지만 그 이유를 들어보면 더 기가 막힙니다. 남한의 서울에 유엔인권사무소를 설치했기 때문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한 주권국가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북한 당국이 이렇게 국제대회 참석한다는 공식적인 약속을 하고서 이번 대회와 전혀 상관없는 유엔인권사무소 한국 설치를 연계시켜 불참을 통보한 것입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유엔총회에서 12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될 정도로 국제사회가 해결해야할 보편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국제사회가 나서서 북한인권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인권 관련 조사를 효과적이며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한국에 유엔인권사무소가 설립된 것입니다.
서울에 유엔인권사무소가 설치됐다는 말 갖지 않은 이유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그 만큼 유엔 인권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며,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이런 압박을 통해서만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 인권사무소 설치를 반대하려면 하등 상관도 없는 광주체육대회와 연계시킬 것이 아니라, 북한에 인권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될 것이고, 그보다도 먼저 유엔 조사 위원들이 북한을 직접 방문해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이번 2015광주 세계대학생체육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모처럼 기대됐던 남북관계 개선도 물 건너갔습니다. 김정은은 결국 신성한 스포츠정신에 정치를 연결시켜 국제적인 체육행사를 파탄시키려 한다는 지적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김정은은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으려거든 이러한 행보를 보일 것이 아니라,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통 큰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