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정부 출범 전후 ‘대형사고’ 전례많아

북한이 남한 새정부 출범 한달이 조금 지난 28일 서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의혹이나 시리아와의 핵협력 등 북핵 핵심사안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대통령 취임을 전후 한 북 측의 `전례’가 회자되고 있다.

이미 북한은 전날 김하중 통일장관의 ‘핵과 개성공단 연계’ 발언을 빌미삼아 개성공단 경협사무소에서 일하는 정부 인원 11명을 추방했다. 또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도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사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추가의 ‘대형사고’ 가능성이 외교가에 회자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의 새로운 정부 등장을 전후해 잊을 수 없는 사고를 친 전례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코앞에 둔 2003년 1월10일 북한은 전격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른바 제2차 핵위기의 발단이 된 2002년 10월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당시에는 고농축우라늄으로 불림) 파문으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제네바 체제가 붕괴되고 한반도는 다시 핵위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진보성향의 ‘노무현 정부’와 보수 성향의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핵 사태 대처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한.미 간에도 한동안 전선이 형성됐었다.

특히 대(對) 중동 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폈던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도 강력한 압박을 구사하면서 한반도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고 이에 김대중 정부는 물론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인도 ‘햇볕정책’의 연장선에서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북한은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1993년 3월12일에도 NPT 탈퇴를 선언했었다. 북한 핵 문제가 전세계의 핵심 이슈로 등장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사건이었다.

한때 영변 핵시설을 대상으로 미국이 ‘선제폭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서울에는 ‘전쟁공포’가 밀려들었다. 그러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서울 방문을 고비로 협상 분위기가 조성됐고 결국 1994년 제네바 합의로 이른바 제1차 핵위기는 봉합됐다.

하지만 한국 외교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고 이런 경험은 이후 북핵 6자회담에 적극 참여하는 동인(動因)이 됐다는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엔 어디까지 ‘행동의 폭’을 넓혀나갈 지가 외교가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28일 공개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미국측은 자기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우리를 한사코 죄인으로 몰려는 너절한 요술에 매달리고 있다”고 UEP 의혹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을 일축하고 나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에 성실하게 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미국이 계속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보려고 우기면서 핵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킨다면 지금까지 겨우 추진되어 온 핵시설 무력화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치게 될 수 있다”는 대목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작업도 중단시킬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의 6자회담 구조를 지탱하는 유일한 기반인 핵시설 불능화가 중단될 경우 그동안 목소리를 죽여왔던 딕 체니 부통령 등 미국내 강경파가 다시 움직일 것이고 이는 곧 상황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밝힌 대로 ‘시간과 인내가 다해갈’ 경우 미국 쪽도 북한의 특정행동을 계기로 그동안 자제해온 압박공세를 강화하고 이는 다시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수있다.

1993년이나 2003년의 경험에서 보듯 북한은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는 유엔 등에서 강경책을 발표하면 이를 명분으로 ‘초강경책’을 발표해왔다.

따라서 미국 강경파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북한이 활용하기 쉬운 명분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이명박 정부의 특정 조치를 빌미로 삼을 수 있는 것도 북한이 움직이기 쉬운 배경이 되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올해초 ‘중기국제정세전망(2008-2013)’에서 북한이 조기에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협상이 정체되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모험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이 임기말에 몰린 부시 정부와의 협상을 피하고 차기 미국(특히 민주당) 정부와의 ‘직접협상’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럴 경우 6자회담은 사실상 장기 교착이 불가피하며 최악의 경우 유효성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