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년사설 ‘경공업·농업’ 표현에 흥분할 일 없다

2010년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최근 10년 정도의 기간에 비춰보면 좀 이례적인 데가 있다. 


공동사설 제목부터 그렇다. “당창건 65돐을 맞는 올해에 다시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이다. 키워드(key word)는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이 부분이다.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은 ‘2009년 150일전투, 100일 전투처럼 다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목에서 보듯 북한정권이 가진 고민의 핵심은 ‘먹는 문제 해결’이다. 물론 북한이 ‘먹는 문제’로 고민해온 지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러나 신년공동사설 제목으로까지 등장한 것은 좀 이례적이다.


그동안 공동사설 제목의 주요 키워드는 ‘강성대국 건설’ ‘선군혁명’ ‘혁명적 대고조’  ‘사회주의 원칙’ 등이었고, ‘경공업·농업’에 대한 언급은 금속 전력 석탄 기계 부문처럼 ‘여러 주요 부문들’이었다.  


원래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공업 중시의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을 전개해왔다. 각 나라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구공산권 국가들은 구소련의 중공업 우선의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을 대체로 따라 했다.


문제는 북한의 중공업 중시 정책이 ‘매우 과도하게’ 군수산업 쪽에 치우쳐 온 것이다. 그래서 1967년 소위 ‘갑산파’ 사건이 발생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당시 박금철, 이효순 등 몇몇 당내 실력자였던 갑산파들은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줄이고 외국에서 들여오는 차관으로 경공업을 일으켜 인민경제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김일성에게 박살나고 쫓겨났다.


또 김정일은 대학을 졸업하고 당 사업을 시작한 후 “갑산파들의 해독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자신의 중요한 ‘치적’으로 선전해왔다. 갑산파 사건 이후 40여년 동안 ‘인민생활 향상’ 등의 주장을 하면서 김일성-김정일에게 반기를 든 ‘종파’는 없었다.


이후 1995~98년 식량난 시기 ‘농업 경공업 중시’ 언급이 가끔 등장했다. 식량 배급소, 국영상점 등에 식량이 없으니 북한당국으로서는 당연히 주민을 무마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다른 면이 있다. 북한이 국가 자원의 50% 이상을 군수산업에 치중하면서 성취한 ‘위대한 업적’이 있다. 그것은 지난해 2차 핵실험까지 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것이다. 그래서 사상대국(주체사상·선군사상), 군사대국(핵보유)은 이미 되었으니, 이제부터 경제대국으로 가겠다는 그들의 주장은, 소위 ‘내재적’으로 보자면 말이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신년공동사설의 경공업 농업에 대한 우선 강조는, 먼저 2009년의 제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으로 읽힌다.


또 이번 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자”는 언급과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자”는 주장이 두드러진다. 한마디로 ‘잘살아 보자’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약간의 정책변화를 기대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하여 잘 살아보겠다는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농업 부문만 해도 “당의 종자혁명방침, 두벌농사방침, 감자농사혁명방침과 콩농사방침을 비롯한 당의 농업혁명방침을 빛나게 구현하여 농업생산을 획기적으로 늘여야 한다. 주체농법의 요구를 철저히 지키며 유기농법을 비롯한 새로운 영농방법과 영농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이다.


지금 북한은 ‘영농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집단영농제를 개혁해서 개인농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주어야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영농기술이 절실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경공업제품생산에 필요한 원료, 자재들을 제때에 원만히 보장하여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북한은 에너지난(難), 수송난 때문에 구조적으로 도저히 “제때에 원만히 보장”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공동사설을 보면 “철도의 현대화, 철길의 중량화를 실현하고…” “총공세로 힘있게 떠밀고 나가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등등, 북한 주민들이 볼 때 이미 수십년 된 ‘공염불’을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따라서 신년공동사설은 북한이 실제로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주민에 대한 선전용이자, 주민불만 무마 용도가 더 크다는 사실을 먼저 유념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 공동사설에서 ‘경공업 농업’ ‘인민생활 향상’ 등이 많이 언급되었다고 해서 ‘올해 북한당국의 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성급히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전반적으로 보아 ‘먹는 문제’에서 약간의 정책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는데, 북한으로서는 결국 ‘대외원조’ 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중국이 6자회담을 매개로 하여 북한에 어떤 식으로 지원을 해줄지, 또는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정책변화-예컨대 특구설치와 같은 방식-를 유도할 것인지 등에 유의하면서, 주변국과 함께 북한의 변화를 ‘강제하는’ 전략 수립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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