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새롭게 제작, 배포한 공민증에 각별한 관리와 감시가 필요한 사람들에 한해 ‘요시찰(要視察) 대상자’로 분류하는 표시가 암호로 적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이러한 표기법에 대해 일반 주민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내부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공민증 번호는 거주 구역과 함께 숫자 6자리로 구성되는데 이 번호에 숫자 ‘1’이 3개 이상 포함돼 있을 경우 양민(良民, 일반 주민)과 구별되는 요시찰대상자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인민보안부가 발급하는 공민증에는 구역 단위 지역명과 숫자 6자리를 표기한다. 예를 들어 평양시 만경대구역 거주 주민의 공민증 번호는 ‘만경대-OOOOOO’라 표기한다. 번호는 해당 군이나 구역 내 동별 번호와 일련번호로 구성된다. 일련번호 조합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을 상대로 밀무역을 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가다 붙잡혀 두 차례 집결소 구류 처분을 받은 바 있는 양강도 혜산시 거주 최모 씨가 최근 지역 보안서 2부(여행증 발급기관)에 국경지역 여행증 발급을 신청했다. 최 씨 외에도 3명이 함께 신청했다. 그런데 유독 최 씨만 발급되지 않았다. 그는 다른 구역을 찾아가 뇌물을 주며 발급신청을 했지만 역시 불허됐다.
최 씨는 평소 막역한 사이로 지내던 타지역 보안서 주민등록과 지도원(보안원)에게 이 문제를 상의하자 뜻밖에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 보안원은 “당신이 가진 공민증으로는 여행증을 발급 받기 힘들다”면서 “특히 국경지역으로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이 보안원은 수 차례 비밀 유지를 약속 받더니 “공민증 번호에 숫자 1이 3개 포함돼 있으면 이는 요시찰 대상자라는 의미”라며 “이 숫자를 가진 주민에게는 평양이나 국경지역, 휴전선 인근 등 특수지역 방문이 불허돼 있다”고 말했다는 것.
최 씨가 “그러면 나는 아무데도 못가는가”라며 정색하자 이 보안원은 “가끔식 여행증을 발급해 줘도 여행 도중 단속 초소와 열차 승차 보안원, 지역 보안원들의 특별한 감시나 검문이 있을 수 있다. 계속 주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최 씨는 자신의 공민증에 ‘1’이라는 숫자가 3개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여행증을 발급 받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공민증을 통해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나를 감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어딜 가나 죄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2011년 7월 북한 당국이 주민등록 재조사와 공민증 교체사업을 진행하자 대다수 주민들은 “행방불명자(탈북자 등)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봤다. 공민증 교체 시기를 볼 때 김정은이 탈북자 및 비사회주의 현상 단속을 강화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공민증에 요시찰대상자를 포함시킨 것은 시장 활성화로 지역간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한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보인다. 유동인구나 타지역 왕래자도 항상 밀도 있는 감시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민증에는 이외에도 성명, 성별, 직업, 난곳, 난날(출생년월일), 국적, 사는곳, 결혼관계, 번호, 발급 날짜, 피형(혈액형)을 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