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고 대상에 UEP 넣고 핵무기는 뺄 듯

북한이 핵시설 폐쇄 및 신고 대상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은 넣되 기존 핵무기는 제외시킬 것으로 보여 향후 6자회담 전망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17일 중국 센양(瀋陽)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비핵화 실무회의에서 불능화 및 신고 대상 핵시설로 영변의 ‘5MW 실험용흑연감속로’와 핵연료봉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가공시설’ 등 3개 핵시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해야 하지만 기존 핵무기는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13 합의’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포기하도록 되어 있는, 사용 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한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한다’고 명기돼 있다.

또한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따라서 북한은 신고 단계에서 기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신고해야 한다는 게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련국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회의를 통해 들어났듯이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보유 의혹과 관련해선 “신고 단계에서 UEP 의혹은 해소할 수 있다”고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지만 기존 핵무기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21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마치고 평양으로 떠나기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김 부상은 ‘핵무기를 신고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분이 생각을 좀 해 보면 알게 된다”며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기존 핵무기는 신고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의미로 핵 시설과 핵무기 폐기는 6자회담에서 논의하지 않거나 별개의 협상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2·13합의가 초기단계 이행조치 합의로 기존 핵무기는 제외라는 북한식 해석을 밀어부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신고 대상에서 핵무기를 빼내 단계적으로 이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살라미 전술’로 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연내 불능화’와 함께 내년에 북핵 폐기를 마무리 한다는 미국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쇄 이전에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도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거두어들일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도 핵무기 신고와 영변 핵시설 폐쇄 등의 가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내달 1~2일 제네바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북미관계 정상화 제2차 실무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가에선 이 회의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UEP문제와 기존 핵무기 신고 등을 놓고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