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 ‘부족하다 or 아니다’가 본질인가?

평소 ‘북한 기근’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보여주는 정광민 박사의 연구 업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정 박사가 저술한 ‘북한 기근의 정치경제학’은 1990년대 중반 북한 식량난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서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 데일리NK에 기고한 북한 식량난 해법에 있어서는 논지의 타당성에 여러 의문이 든다.


정 박사는 기고문에서 우선 북한의 식량난은 ‘실재하는’ 문제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북한 당국의 식량 확보 노력의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성을 주장한다.(▶정광민 박사 칼럼 보기)


첫 번째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 시장에서의 식량 가격 하향 안정화를 둘러싼 일반적인 분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즉 북한에서 식량 가격이 안정화 되고 있는 사정과 관련, 시장을 통한 식량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긴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바에 대해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음을 제기한다.


두 번째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전에 없이 매우 활발하게 대외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이른바 ‘인민생활향상 프로그램’이 동시병행하고 있음을 주목하자고 제안한다.


궁극적으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몇 가지 진단과 평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씩 검토해 보자.


Ⅰ.


정 박사는 식량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환율의 안정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밀무역이나 식량 빼돌리기 등 비공식적인 식량 공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여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이 두 가지 논거는 그럴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완전히 부정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얼마나 그럴 수 있을까 혹은 설득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고려 사항들이 있다. 북한에서 환율이 쌀 가격에 영향을 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매력’ 문제보다 더 앞서는 변수인가 하는 점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경직되고 폐쇄적인 북한 경제로 볼 때 환율의 영향과 수요 공급 영향 중 어떤 것이 큰 것인가는 상황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필자는 시장 상황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시장에 쌀이 많이 풀리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적게 풀리면 올라갈 수 있다거나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점증하면 가격도 상승할 것이고 하락하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보다 일차적이고 유효한 모형으로 판단된다.


일례로 북한 당국의 화폐개혁 직후 고공행진하던 쌀 가격이 1kg에 13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가 약 2주 만에 600원선으로 하락할 때, 해당 시기 북한의 환율은 그다지 등락의 곡선을 긋지 않았던 경험을 살펴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데일리NK가 전하고 있는 북한 환율 동향과 쌀값 변동 추이를 비교해 보아도 환율과 식량 가격이 항상 일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논거에 있어서도, 논점은 북한 시장에 쌀이 있느냐 없느냐 혹은 시장이 식량의 수급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의 문제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 없는 문제제기이다. 일시적이냐 아니냐 라는 것도 그것을 단정할 수도 없지만, 오히려 일시적이든 아니든 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수급의 매개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이 실제적으론 더욱 의미를 지니는 부분이라 하겠다.


Ⅱ.


정 박사는 설령 가격 하락으로 식량 획득이 용이하더라도 모든 계층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즉 돈이 없는 ‘신빈곤층’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나아가 취약계층 만이 아니라 하급군인, 일부 농민마저 굶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서도 한 가지 유심히 짚어보아야 할 점이 있다. 과연 북한의 시장이 1차적으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기본적으로 배급제로서 사회를 통제 관리하려 하고 있고, 그것을 출신과 지역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음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북한 당국으로부터 외면되는 계층이 곧 북한에서의 최하층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살기 위해서 장마당으로 나오는 것이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최하층은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 와 팔든지 아니면, 하물며 쌀을 사서 떡을 만들어 그것을 되팔은 차익으로 다시 최소한의 식량을 구매하든지 하며 어떤 식으로든 궁여지책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북한의 시장은 이 같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극빈층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억압하는 북한 당국이 극빈층의 최소한의 살 방법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신빈곤층의 문제도 시장만이 최소한의 해결책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구매력이 주되게 시장에 영향을 주고 식량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에 쌀을 주는 것이 신빈곤층에게 올바로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에 쌀을 주면 북한 당국이 극빈층을 먼저 구제할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한가? 안타깝지만 쌀이 더 많이 주어진다고 북한 당국이 극빈층에게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는 보장이 없다. 심지어 쌀이 풍부해도 과연 그렇게 할까에 대해 의문이다.


만일 북한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각종 통계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모니터링을 확대하여 우리 정부가 북한 극빈층을 직접 도울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에 동참해 온다면 그것은 가능하며 얼마든지 환영할 사항이다.


Ⅲ. 


정 박사는 최근 식량 확보를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북한이 과거 ‘원조최대화’ 전략에서 조금 바뀐 부분을 보자며 올 초 공표한 ‘경제개발10개년계획’에 따른 인민생활향상 프로그램을 주목하자고 한다. 북한이 경제개발을 하려면 대규모 노력 동원이 필요하고 따라서 연례적인 부족 식량 외에 추가적인 식량 확보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아닐까 주장한다.


북한이 경제개발에 나서 인민 생활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고, 그것을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 확고히 하며, 그에 따르는 제반의 변화 즉 개혁 개방 조치에 솔선수범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이미 많은 신호를 통해 외부 세계에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라고는, 최근 중국이 북한 인접 지역의 개발에 뛰어 들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정보들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거나 한국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태도를 바꿀 조짐은 없다. 그동안 정치군사적으로 누적된 자신의 많은 잘못들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서야 한다는 문제들은 차치하고라도 북한 스스로가 민생을 위한 어떤 개혁과 개방의 적극적인 정책 선회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는 불행하지만 아직까지는 없다.


북한 당국의 원조 요구 노력을 보는 데 있어서도, 적어도 아사자를 방치하기까지 했던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은 분명 평가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그것이 실제로 북한 주민들을 향한 변화인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외부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도 그렇게 볼 수 있는 대내적 변화의 증거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그렇게 심각하다면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이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혹은 북한이 진정 경제 정책을 선회한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도와 줄 수 있을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Ⅳ.


한편, 정 박사는 우리 정부가 판단의 근거로 삼듯이 북한의 식량 생산량과 소비량 지수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의를 돌리지 않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0년 북한 식량 생산량을 448만톤으로 보았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20년 간의 작황으로는 가장 좋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한 해 식량은 약 500만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정부의 판단대로,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작황이 나빠져 그것 때문에 식량 사정이 위기라고 하는 것은 합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사실 북한의 작황과 북한 주민들의 필요량을 대비해서 판단하는 것만큼 타당한 모형이 있겠는가. 설령 작황이 많이 나빠도 과연 북한 당국이 지원 식량을 주민들에게 실제로 주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는데, 작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면 외부의 지원에 대한 설득력도 떨어질 뿐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제적으로 배분이 될까에 대해서도 더 많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 박사의 문제제기들은 응당 우리들이 숙고해봐야 할 내용이다. 가려진 북한에 대해 다양한 진단과 해법은 무엇이든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 식량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기에는 뚜렷한 설명력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아울러 북한 식량 지원 문제를 북한에 식량 문제가 ‘실재’하냐 아니냐는 문제로 끌고 가면 곤란하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문제는 그것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당장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수준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운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북한이 어려운 정도라면 성급히 지원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이유들이 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의 올바른 변화’와 ‘평화를 위한 바람직한 남북관계’라는 ‘체제’ 수준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실제로 수혜가 돌아가야 할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방향이 궁극적으로 더 유리하고 유익하며 효과적인 방법이겠는가 하는 ‘수혜자’ 관점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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