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증산’ 총동원…김정은 지도력 과시 차원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으면서 ‘식량 증산’을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북한이 올해도 “전당, 전국, 전민 총동원해 알곡 생산 목표를 달성하자”고 독려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이 11, 12일 연이틀 사설을 통해 알곡 생산 증대를 독려했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달 6일과 27일 발표한 두 편의 노작(勞作)을 통해 ‘식량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김정은이 공식 지도자로 등장한 첫 해인만큼 식량 증산을 통해 주민들에게 지도력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지난 4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해 국제적인 제재뿐 아니라 중국의 지원 중단 압력도 받고 있다. 특히 식량지원을 받을 수 있는 2·29 미북 베이징 합의가 파기되면서 자력갱생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농촌 총동원은 이러한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기관기업소, 중학생, 대학생, 사무기관, 인민군대 등 온 나라가 농촌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 “가정집이나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있을 수 없고 봉사시설(식당)도 문을 열지 않고 있다”면서 “모든 주민들을 농장에 동원하기 위해 강제 소개령(집단 이주명령)을 내린 분위기”라고 전했다. 


농촌총동원 기간 학생들은 수업을 중단하고 식량과 침구류를 챙겨 40일 동안 도(道) 내 농촌지역으로 파견된다. 당과 행정기관 간부, 공장 노동자, 여맹원은 거주지역 인근 농촌에서 모내기와 파종이 끝날 때까지 출퇴근하며 농사일을 돕는다. 


그는 “길거리에는 보안원 5, 6명이 책상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공민증과 타고 온 자전거를 빼앗고 주변의 농장에 보낸다”면서 “파견된 (협동농장)관리위원회로부터 작업확인서를 받아와야만 자전거를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도 농장작업이 끝난 직후인 저녁 5시부터 8시까지만 열 수 있다”면서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빼면 고작 1시간 정도 시장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또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모두 바빠 북새통”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부터 봄가을에 40일씩 ‘농촌 총동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학생들만 매일 지원을 하고 기관원과 노동자, 여맹원은 한 달에 두세 차례 정도 지원활동을 동원됐었다.   


총동원 첫해인 2006년에 함경북도 도당 간부 5명이 온천욕을 즐기다가 상부에 보고돼 출당 조치 당한 사실까지 있어 간부들은 몸조심을 하면서 강제동원을 보다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작년까지는 농장관리위원회 간부들에게 뇌물을 먹여 작업 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는데, 김정은 출범 첫해 총동원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법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농촌 총동원은 예년과 달리 주민 대피훈련과 결합시켜 진행한다는 방침이 내려졌다. 최근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일과 훈련을 병행하는 농촌 동원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고된 농사일과 훈련에 주민들이 지쳐가면서 두 가지 모두 효율이 극히 떨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