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상황 ‘심각’정도 엇갈린 평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9일 ‘대북 인도적 지원 3대 원칙’의 하나로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될 경우’를 든 것과 관련, 북한의 현재 식량위기 상황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최근 북한 소식지에서 북한 노동당 간부의 말이라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에 비해 적응력이 생겨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지는 않겠지만, 식량사정이 그때만큼이나 말이 아니다. 아사는 시간문제다”라고 전했으나 북한의 식량 부족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들은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166만t으로 추산하면서 이는 지난해 부족분의 2배에 달하고 2001년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FAO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300만t에 불과해 2006년 수확량 400만t은 물론 지난 5년간 평균 수확량인 370만t에 비해서도 크게 줄어든 양이라고 주장했다.

국제기구의 이러한 추산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티븐 해거드 교수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의 시사전문지 뉴스위크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열악한 기근’ 상황이라는 WFP의 평가와 달리 자신들의 분석으로는 10만t 정도가 부족한 상황으로 “위기가 시작되는” 국면, 또는 “광범위한 식량부족과 기아로 향해 가는” 국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 기구들이 북한 주민 한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 곡물 소요량을 460g으로 잡았으나 이는 약 20% 정도 부풀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미국 전문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을 추적해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만t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보통 세계보건기구(WHO)의 1인당 식량 권장량의 75%를 최소 곡물 소비량으로 보는데, 이들은 그보다 더 낮은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사료용이나 가공용, 종자용 곡물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곡물 최소 소요량은 520만t인데 공급량은 380만t으로 140만t 정도가 부족하다”며 “북한이 올해 40만t을 수입하고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50만t 가운데 20만t이 들어가는 한편 중국으로부터 20만t가량의 지원을 받더라도 여전히 60만t이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통상 북한에서 20만~30만t의 곡물이 부족할 때는 대량아사가 발생하지 않지만 60만t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것.

그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이모작 작물 생산이 이뤄지더라도 추가 식량지원이 없다면 8월 중하순부터는 대량아사가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비료를 수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내달 말까지 비료 공급이 원활치 않다면 올해 곡물 수확이 지난해의 380만t을 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놀랜드 선임연구원 등도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상처에 두르는 붕대 효과만 있읕 뿐, 비료지원이 없으면 북한의 올해 곡물 수확은 더 줄어들어 위기가 2009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료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유명환 장관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될 경우’라는 원칙과 관련, 미 국무부도 지난달 23일 미 하원 외교위의 아태환경소위 주최 한미관계 청문회에서 “이것(북한의 식량난)이 진짜 인도적 위기 상황이라는 게 확인되면” 당연히 지원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똑같은 원칙을 밝혔었다.

당시 알렉산더 아비주 동아태 부차관보는 대북 식량지원이 북한 정권의 위기 탈출을 돕게 되더라도 식량위기가 있을 경우 지원할 것이냐는 한 공화당 의원의 부정적 질의에 “통상 미 정부의 정책은 인도적 위기에 책임있는 대응을 하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 20여일 후 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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