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사정 악화 ‘고난의 행군’ 재연 우려

작년 북한 곡창지대를 휩쓴 수해로 곡물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중국이 지난해 말 곡물 수출장려금을 없앤 데 이어 새해 들어 관세를 물리기 시작하면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옥수수와 콩 등 곡물 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 북한은 올 봄에 극심한 식량 부족사태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24일 소식지에서 북한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여름철이 고난의 행군 시기와 아주 흡사한데, 식량사정은 오히려 그 때보다 못한 집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또 대부분의 주민들은 “손에 쥐는 식량이 너무 적어 앞날이 캄캄하다”고 한탄하고 있다며 “1994년 고난의 행군 당시 식량난이 본격화돼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죽어갔던 현상이 2007년 다시 나타난데다 작년 가을 수확량이 턱없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민시장 쌀값도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이 소식지는 전했다.

추수 직후인 작년 11월 함북 청진의 쌀값이 1㎏당 북한돈 1천250원이었으나 1월 중순 현재 1천400원으로 오르는 등 인하 기미가 엿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과 관련해 남한의 농촌진흥청은 401만t,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80만t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에 필요한 곡물 최소량이 520만t 정도인 만큼 120만∼140만t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식량을 아끼기 위해 옥수수를 갈아 감자와 섞어 ‘죽밥’을 해 먹거나 밥을 할 때 부피가 많이 커지는 보리를 감자에 섞어 먹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지는 북한의 한 여성이 “한해 동안 농사를 애가 떨어지게 지어도 잘 된 집이라도 몇 달을 유지 못하는데 아끼고 또 아끼는 방법 밖에 없다”며 “정말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겨우겨우 살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여성은 “돈을 좀 버는 집들은 강냉이 국수를 먹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부식물 구경을 못하고 죽물만 겨우 삼키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했고, 식량 재고도 많지 않고, 국제곡물가도 올랐고, 중국이 곡물 수출장려금을 없앤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작년 수확량으로 올해 3∼4월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식량부족사태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남측이 차관 형식으로 40만∼50만t 지원하고 국제기구가 10만t 정도를 북한에 보내더라도 80만t 가량이 부족하다”며 “쌀과 옥수수를 반반씩 80만t 가량 수입하고 밀가루나 돼지고기 등을 들여오는 데 5억 달러 정도 들 텐데 북한 사정으로 볼 때 수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직후 쌀과 비료 지원을 한꺼번에 요청하지 않을까 싶다”며 “차기 정부가 대북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더라도 인도적 지원은 큰 문제가 없는 한 현재대로 간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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