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비료 달라” 제안…정부 대응 ‘주목’

26~27일 개성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조건으로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행사에 대해 ‘대가성 지원’를 요구하는 북측의 제안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판단이 우세하지만, 이산가족들의 고령화 문제 등 사안의 시급성 고려할 때 덮어놓고 북측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천안함 사건 대응책인 ‘5.24 대북조치’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가 원칙을 무너뜨리는 대규모 식량지원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인택 장관은 개성서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던 당일 한 토론회에 참석 “천안함이 피격된 지 7개월이 지난지만 북한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출구의 열쇠는 문제의 장본인인 북한에 있음에도 북한은 그 책임을 외부세계에 떠넘기며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후속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식량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국민여론 역시 대규모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윤상현(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3일 (주)월드리서치에 의뢰·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대북 쌀지원의 선결조건으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보장’을 꼽았다. 응답자 22.8%는 ‘북한의 태도변화와 상관없이 지원하면 안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김정은 3대 후계세습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김정은의 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대규모 식량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전문가는 “현 정부는 과거 대북지원이 북한의 ‘핵능력 강화’로 되돌아 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가 북한체제를 굳건하게 만들어주는 행동을 반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봉정례화와 대규모식량지원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사업 방식으로 현 정부가 그같은 방식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경우, 정부가 일정정도의 식량지원은 할 수 있지 안겠냐는 기류가 정부내에서 감지된다. 
 
이번 개성회담의 수석대표로 나섰던 김용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회담 첫날 출발에 앞서 기자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소규모 지원 정도는 충분히 논의를 해야 되고, 또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28일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직답은 피하면서도 “대규모 지원은 국민적 합의뿐 아니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정부 내에서도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식량지원 문제는 적십자회담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은 ‘유연한 대북정책’을 주문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위해서나 경제를 위해서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즉각 재개가 필요하다”면서 “대북특사를 파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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