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부족 김정일 정권에 역풍될까?

이미 겨울이 시작된 북한은 지금 어느 때보다 식량사정이 좋지 않다. 특히 지난 여름 수해로 북한의 자체 식량생산이 90년대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외부지원이 중단된 지금 북한은 이번 겨울이 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가장 엄혹한 겨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을이 되면 쌀을 비롯한 식량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 대신 석탄, 나무 등 겨울 난방용 땔감 가격이 껑충 뛰어 올라 서민들은 추위에 시달린다. 그러나 올 가을에는 오히려 식량가격이 올랐고 여전히 땔감은 부족해 북한 주민들은 예년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되었다.

◆ 北 식량부족, 어느정도인가

북한의 정상 식량 수요량은 보리, 옥수수, 감자 등을 포함하여 연간 650만t(1인당 하루 2천130kcal) 정도다. 국제기구에서는 최소 식량 수요량으로 520만t(1인당 하루 1천 600kcal 섭취)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자체 식량 생산량은 풍년으로 평가된 지난해의 경우 450만t에 불과해, 150~200만 톤 가량이 부족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매년 남한이 50만t, 중국에서 20~30만t(유상지원 포함), 세계식량계획(WFP)이 20만t을 지원해, 북한의 식량부족분 중 100t 정도를 충당해왔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남한은 미사일 발사 후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전면 유보하고 수해지원 명목으로 현재까지 쌀 9만t을 북한으로 보냈다. 중국도 상반기까지 곡물 10만t 정도를 전달했을 뿐이다.

세계식량계획도 북한의 인도적 지원 중단 요청에 따라 올해 중반부터 향후 2년 동안 15만톤을 지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식량 지원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또한, 금년 여름 수확한 보리, 밀, 감자 등의 수확량은 예년 수준이지만, 가을에 수확하는 쌀과 옥수수의 작황은 수해와 일조량 부족으로 작년보다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기구들은 올 여름 발생한 수해로 인해 식량 10만t의 생산이 줄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농지유실 등의 추가 피해도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이 상태로 계속 줄어든다면 북한은 식량 수요량의 60~70만t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핵, 주민들에게 ‘고난의 겨울’ 선물

북한의 핵실험 발표 후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식량원조가 줄어들어 10월 장마당 쌀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1kg당 1500원까지 급등했다.

11월 20일 현재 쌀가격이 안정상태를 유지하는 듯 하나, 외부에서 쌀지원이 중단될 경우, 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찾아올까 두려워 하고 있다.

또한, 외부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는 세관원과 일부 돈있는 주민들은 이미 쌀 사재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상태로 북한 주민들이 그럭저럭 겨울은 넘긴다 하더라도 봄이 오면 늘 오는 ‘노란 봄철'(먹지 못해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현상)을 또 맞아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 주민들은 더 지탱할 힘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북한당국은 “핵실험 성공이 5천년 민족사에 가장 훌륭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는 선전으로 낮과 밤을 보내고 있다.

북한에 90년대 대기근이 발생한 주요원인은 선군(先軍)을 앞세운 김정일 정권의 군사우선주의 노선과 집단영농제를 바꾸지 않은 경제 실정에 있었다. 여기에 홍수까지 덮쳤다. 북한 정권의 무모한 핵도박으로 인해 주민들은 또 한번의 ‘고난의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 90년대 같은 ‘대량아사’ 발생할까?

지난 21일 국제적십자연맹의 잡 티머 평양사무소 대표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식량과 연료부족이 현재 위험 수위에 놓여 있다”면서 “올해 북한주민들은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인권운동가 팀 피터스씨도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제사회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 북한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90년대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의 생명을 앗아간 기근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되더라도 90년대와 같은 대량아사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90년대 식량난 시기 국가만 의지하고 있던 주민들은 배급제가 무너지자 속수무책으로 그 자리에서 굶어죽어야 했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대부분 붕괴된 지금, 북한 주민들은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주민들은 개인 장사와 소토지(개인 밭) 경작을 통해 자력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에서 약초를 캐거나, 가축을 키워 수입을 올리는 등 주민들의 돈벌이 수단도 다양해졌다. 남한에 정착한 가족이나 중국 친척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주민들도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주민들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지도부의 무모한 도발행위로 인해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겼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때문에 식량위기가 극심해 질수록 지도부에 대한 불만 여론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