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을 묻다] “쌀 지원 수용, 당국 입장선 자존심 문제”

[북한주민 인터뷰④] 무역회사 사장 "구걸은 안해...주민들은 바랄 수도"

<편집자 주>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관련 보고서가 나온 이후 관련 움직임이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는 오히려 쌀값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기근 관련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다양한 계층의 북한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식량 문제’의 실체와 ‘대북 지원’에 대한 의견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청성노동자구 모습(기사와 무관). /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 결정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대외 매체를 통해서는 한미 공조 강화 움직임에 적극 반발하는 등 대남(對南)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12일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서 우리 측의 대북 인도지원 움직임을 겨냥해 ‘공허한 말치레’ ‘생색내기’ ‘호들갑’이라는 표현으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지의 취재 결과 일반 주민들은 이런 대외적 환경 변화에 대해 자세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보’에 민감한 무역회사 사장들은 좀 달랐다.

19, 20일 양일간 진행된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 국경지역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주민 A 씨는 일단 ‘자존심’ 문제를 거론했다.

“쌀을 지원해준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아직 우리 인민(주민)들이 죽을 정도는 아니기때문에 동정심으로 준다면 안 받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굶다시피 밥을 못 먹을 때(고난의 행군)에도 구걸은 하지 않았다. 이는 자존심 문제다.”

아직 북한 당국이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자 그는 당국의 ‘편’을 들었다. 무엇을 선택하든 당국의 결정을 믿고 따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중앙에서 한국에서 보내겠다는 쌀을 결국 안 받겠다고 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자력갱생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오는 데 자존심도 한몫을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 식량 사정, 최근 10년 이래 최악’이라는 유엔기구 보고서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다. 경기 악화에 대한 조짐은 있지만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역 부분에서도 최근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여러 품목을 번갈아가면서 액상계획(금액으로 목표를 세운 계획)을 수행하기에 바쁘다. 요즘은 시장에서도 장사가 이전 같지 않고 한적한 모습이지만 밥을 굶을 만큼 어렵지는 않다고 본다.

도시에서 좀 산다는 대상들은 전에 모아두었던 돈을 사용하면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좀 딸리는 가정에서는 공업품 구매나 고기를 먹는 횟수를 줄이는 것으로 가정 살림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식량 작황 부진에도 5월 말 시장 쌀값은 1kg당 4000원대로 조금 오르긴 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이고, 환율도 1달러에 8000원대로 등락 폭은 크지 않다.

다만 그는 쌀 지원이 결국 인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은근히 이를 바라는 주민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쌀을 준다면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많을 것이다. 중앙에서 하는 일을 일개 무역회사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지원을 받아 주민들이 살기에 편하게 해주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지원된 쌀이 직접 주민들에게 가지는 않겠지만 고아원이나 애육원, 양로원 등과 중앙병원에는 공급되지 않겠는가. 특히 군과 돌격대 등에 공급된다면 시장에도 얼마 정도는 풀릴 것이다. 그러면 결국 지원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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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