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을 묻다] “기근 수준 아냐…南 식량 지원, 관심 없다”

[북한주민 인터뷰①] 함북 회령 장사꾼 “외부 지원보다 정책 개선이 절실”

<편집자 주>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관련 보고서가 나온 이후 관련 움직임이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는 오히려 쌀값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기근 관련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다양한 계층의 북한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식량 문제’의 실체와 ‘대북 지원’에 대한 의견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문 대통령 세계식량기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서로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이 탄력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3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과 면담한데 이어 통일부에선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방법에 대한 각계각층의 여론 취합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의 실제 대상자인 북한 주민들의 식량 지원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함경북도 회령시에 거주하며 장마당에서 소매 장사를 하고 있는 40대 여성 김 모 씨는 데일리NK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한 소식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항상 주민들은 남조선에서 식량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모를 뿐만 아니라 차례지는 것(주어지는 것)은 더더욱 없었다. 주민들 속에서는 쌀 지원이 들어와 봐야 우린 구경도 못하는데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크게 관심 없다.”

그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

“식량 사정이 최악은 아니다. 돈만 있으면 쌀은 언제든 구할 수 있다. 굶어죽는 사람은 본 적 없다. 고난의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 대처할 수 있게 잘 적응 돼 있다. 상황이 계속 된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먹는 문제가 당장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는 FAO와 WFP의 공동보고서와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을 약 490만 t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작년 보다 12% 낮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장사가 안 돼 어려워졌다. 경제봉쇄를 하면 장사 유통이 잘 되질 않는다. 과거에는 돈주에 의한 밀수 작업과 개인 기업에 의해 돈 유통은 그런대로 됐었다. 그런데 요즘은 돈이 안 들어 온다. 생활이 안 되니 죽겠다.”

식량 부족보다도 대북 제재로 인한 영향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 지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쓰이냐는 질문에 지원된 쌀이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식량이 주민들에게 차례진다는 것은 생각 조차 할 수 없고 군사에 쓴다고들 하는데 정확히는 모른다. 국가에서 이것을 주로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은 지원 받은 쌀이 장마당에서 팔릴 때도 있다.”

다만 그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남조선(한국)의 식량 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은 한마디로 말해서 개인에게 차례지느냐 아니냐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배급된 적이 없으니 이것보다도 지원이 들어오면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세금 명목으로 당국이 거둬가는 돈이나 곡물 각출이 적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것.

한편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에 대해 ‘인도주의 생색내기’라며 식량 지원을 거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고 전하자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전하기도 했다.

“위에서는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구호 아래 사회주의의 자부심을 말하는데 백성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기대감이 전혀 없다. 오직 국가에 대한 반감만 가질 뿐이다. 주민들의 팽팽한 기분(분위기)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는 북한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경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되지 않는 이상 식량 문제를 위해 제3자(외부 식량 지원)가 할 수 있는 것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를 위한 경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땅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농사를 지어 식량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농군(농사꾼)들이 힘들게 일해도 차례지는 몫이 적으니 자기 일처럼 하지 않고 당연히 생산도 적어진다. 일한만큼 자기 몫이 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