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험포전’ 통한 비법 행위 근절 지시…농민들 “속이 후련하다”

당 전원회의서 시험포전이 간부 개인텃밭으로 전락한 점 지적…농업부문 일꾼들 비상

북한 청산리 협동농장의 온실 및 노천채소 모습.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최근 북한 당국이 전국 각 농촌경영위원회와 농장들에 시험포전을 통한 비법(불법)행위를 없앨 데 대한 지시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농업부문에 새해 첫 지시로 시험포전을 통한 비리를 지적하고 근절을 강조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제시한 사회주의 ‘정면돌파전’의 핵심인 농업부문에서 일꾼들의 사업 태도를 바로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당의 방침으로 농업부문에 여러 가지 내용이 자주 내려오긴 했으나 새해 벽두부터 시험포전 사업 분야를 꼬집어 대책안을 마련하라고 한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험포전은 각 협동농장 관리위원회 지술지도원의 직속으로 구성된 ‘시험분조’가 운영하는 실험용 경작지를 말한다. 이는 매년 국가가 제시한 농업생산계획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생산분조와는 달리 종자개량, 영농법 개발, 토질 개선 등의 장기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특히 북한 당국은 농업대학의 졸업생들을 출신지역의 농장 시험포전에 보내 지역별 기후와 풍토에 맞는 종자를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시험포전 사업은 주민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종자혁명’을 일으킨다는 명목으로 시작됐다. 과거 김일성이 저택 정원에서 주체농법과 벼 재배, 채소 재배 등을 연구하기 위해 시험포전을 경작해온 것에서 착안해 당시에 각 농장마다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 농장에서는 시험포전에 수박이나 참외 등의 귀물들을 재배해 이를 관리일꾼들과 간부들에게 사업하는 데 활용해왔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험포전이 간부들에게 바칠 귀물생산을 위해 운영되는 것인지, 평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인민들은 강냉이(옥수수)밥도 없어서 못 사는데 적잖은 국가 농경지를 뚝 떼어줬는데도 하라는 개량 종자연구는 하지 않고, 간부들의 알량한 입맛을 맞추기 위한 개인 온실로 전락시킨 것을 생각하면 억이 막힌다면서 이번에 당이 이를 지적해 속이 후련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주민들은 ‘이제부터 농업부문의 일들이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푸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이번 기회에 시험포전 경지면적을 콱 줄쿼(줄여) 버리거나 농경지로 넘겨 하나라도 더 낟알을 심어 사람들이 먹고살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렇듯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이번 지시를 김 위원장의 농업 중시 정책과 관련, 인민들의 먹거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에 두려는 당의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농업부문 일꾼들을 호되게 지적하고 당의 종자혁명방침과 구상에 맞게 혁명적으로 일하도록 하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농장 경영위원회 일꾼들은 시험포전 사업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강하게 비판된 사업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당의 지시에 따라 황해남도 농촌경영위원회는 각 협동농장의 시험포전 면적과 토양분석표를 재측정해 농업성에 종합보고하는 한편, 지난 7년간 시험포전에서 재배한 작물과 이룩한 연구성과들을 함께 보고서에 첨부해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집권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 각 농장이 시험포전 사업에서 어떤 성과와 과오를 보였는지 상벌관계를 명백히 밝힘으로써 새해 농사 시작 전에 농업부문 일꾼들의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이번 전원회의 결정서에 따라 더 많은 농업, 축산대학 졸업생들이 시험포전 등 농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몇몇 농장일꾼은 ‘졸업생들이 나오면 정식으로 시험포전을 맡아 실속있게 과학영농법을 실험하고 연구해 농업생산 증대를 위한 현실성 있는 사업을 벌일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학 졸업생들이 농장에 나온들 간부사업(인사) 발판으로 조금씩 있다가 다 떠나 버릴 게 뻔하다’, ‘지금과 같은 난(亂)에 누가 농촌에 뿌리를 내리겠나’라면서 못마땅하다는 듯한 반응도 일부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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