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앞두고 시장 통제 강화 일환으로 새로운 국정가격을 포고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지난 20일 인민반 회의에서 모든 상품에 대한 새로운 국정가격이 곧 통보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쌀(1kg)은 4000원, 옥수수(1kg)는 2000원으로 국정가격이 오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이제부터는 정해진 품목 외에는 판매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품목과 국정가격은 며칠 내 도 인민위원회에서 포고문이 내려올 것”이라면서 “특히 남한, 미국, 일본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차판치기(차량) 장사도 엄격히 단속한다”고 말했다.
10월 1일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 조치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던 시장에 대해 통제권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실제 시장 가격과 국정가격간의 엄청난 가격 차이로 인해 국정가격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은 국정 가격과 품목을 정해 시장 통제에 나섰지만 번번이 시장 세력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2월 100여개의 상품에 대해 국정가격을 고시한 바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쌀, 옥수수 외에도 돼지고기, 식용유 등의 식료품과 치약, 비누 등 인민생활 소비품 등의 가격이 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에게 통보한 만큼 시행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25일 최고인민회의 직후 또는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시작하는 10월 1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현재 평안북도 신의주 및 양강도 혜산 등 북한 국경 주요 도시의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이번 국정가격 고시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지역 쌀값이 매일 변동폭이 크지만 9월 셋째주 현재 쌀값과 옥수수가 7000원과 3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소식통은 “시장상인들이 7000원짜리 팔던 쌀을 어떻게 3000원 밑지고 팔겠냐며 뻗치겠다(팔지 않고 버틴다)는 분위기”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법적인 단속과 통제가 예상돼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과거 몇 차례 국정가격을 고시해 시장을 통제하려는 조치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면서 “북한이 국정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의 식량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으면 모를까 현재 시점에선 국정가격으로 시장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당시 상인들은 국정가격처럼 판매하는 시늉을 하고 실제로는 시장가격에 거래됐었다. 2012년에도 국정가격을 제시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한달 장사 금지하라는 포치(지시)가 내려졌지만 별 효과 없이 유야무야됐다.
또 소식통은 “새로운 국정가격 포고와 함께 노동자 임금도 10배 오른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조치 일환으로 기업소에서 배급제를 폐지하고 월급제로 전환한다는 소식통의 전언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인상안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북한의 노동자 월급이 2000-3000원 수준이어서 인상되면 2-3만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물가로는 월급이 10배 인상된다고 해도 쌀을 2.8kg에서 4.2kg, 새롭게 포고된 국정가격으로도 5kg에서 7.5kg밖에 살 수 없다. 4인 가정이 한달 식량으론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시장에 대한 의존 심화를 무마시키고 당국의 월급을 통한 식량 구입으로 주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복원하려는 의도로 보이나 북한의 현실적인 물가가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 소식통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이번 경제관리 개선 조치 등으로 비롯된 여러 시도가 주민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면서 “이번과 같은 국정가격과 월급 인상으로 기존보다는 많은 양의 식량을 구입할 수 있지만 이런 조치와 시장 통제로 불안을 키워 쌀값이 더욱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2002년 7·1조치 이후 2009년 12월 9일과 2010년 2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새로운 국정가격을 공시했다. 7·1조치 당시 kg당 44원이던 쌀의 국정가격은 2009년도 화폐개혁(가격 1/100 절하) 직후 23원, 10년도에는 240원으로 고시한 바 있다.
▲국정가격
북한 조선말 대사전에 의하면, 국정가격은 국가에 의하여 유일적으로 제정되고 적용되는 가격을 말한다. 사회주의사회에서 생산물의 가격은 대부분 국가가 계획적으로 정해 지키도록 하고 있으나 북한의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사실상 국정가격의 의미가 없다.
국정가격은 국정소매가격과 국정도매가격으로 구분된다. 국정소매가격은 국내사업에서 유통되는 소비품의 대부분에 적용되나, 지방에서 일부 수공업적으로 생산되거나 부패변질되기 쉬운 소비품들의 소매가격은 국가가 정하지 않고 있다. 국정도매가격은 상품 또는 상품적 형태를 가진 생산수단에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