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철폐 어려울 것”

북한의 화폐개혁은 시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충격을 준 것이지만 공식 경제가 더 위축되고 주민들의 생계 유지가 크게 어려워지면 다시 시장으로 향한 관성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김병연 교수는 2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주최 심포지엄에서 “북한에서 시장과 정부의 관계는 내리막길에서 차가 앞으로 나가려는데 이를 제지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 당국이 시장단속에 들어간 2005년부터 작년말까지 상황은 시장과 정부의 대립이자 암묵적 균형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고 시장과 정부 통제 사이의 지그재그 진폭이 증가하면 내부의 폭발력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2007∼2008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200여명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는 “응답자의 76%가 ‘시장경제, 즉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했다’고 답했고, 이들이 시장활동 등을 통해 벌어들인 비공식 소득이 전체 소득의 60∼80%에 달했다”며 “북한 경제의 비공식화는 사회주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05년 이후 시장단속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통한 비공식 지출의 비중이 높아진 반면 부업활동 때문에 계획경제의 공식 부문 노동시간은 유의할 만큼 감소했다”며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원래대로 되돌리기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보다 크게 축소하거나 철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의 가계 지출 가운데 뇌물 지출이 1990년대 중반 이후 9% 내지 10%까지 높아져, 부패가 극심했던 구소련 말기보다 3,4배 높았다”며 “북한 당국이 시장을 축소하거나 철폐할 경우 시장에서 활동해온 주민들뿐 아니라 이들과 결탁한 중하급 관료의 암묵적 반발과 사보타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대학원대학의 양문수 교수도 탈북자 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북한에서 시장 단속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권력있는 사람들이나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이 더 잘 살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97%가 ’그렇다’고 답했고, 빈부격차가 더 확대됐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가 96%에 달했다”면서 “돈과 권력의 결탁에 따른 정경유착형 부익부 빈익빈 구조의 공고화는 시장억제 정책의 여파로 북한 지도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