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전면통제 방침 물 건너 가나?

북한 당국이 지난해 10월 시군 상업관리소 명의로 지금의 상설시장을 십일장(10일에 1일 개장)으로 전환하고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등 시장 통제 방침을 포치(지시)했으나 3월 중순 북한 전역의 주요 시장 상황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방침이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작년에 시장 입구에 붙여 놓은 십일장 전환 포고문도 모두 제거하는 대신 일부 시장에서 판매 통제 품목만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중고품 단속이 엄격히 이뤄져 주민들과의 마찰도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신의주 시장 상황을 조사한 소식통에 따르면 “장마당 품목에 대한 단속은 1월 19일 상업성 제 4호 지시로 시작돼 이달 16일 신의주 각 장마당에 포고문 형태로 나왔다”면서 “거래 금지 품목은 15가지로 총 120여 종에 달해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공산품이 망라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장마당에 포고문이 나온 이후 단속이 이뤄지고 일부 장사하는 사람들과 단속원 사이에 마찰이 있었지만 대부분 뒷 돈을 받고 형식적으로 이뤄져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함북 회령 소식통은 “이달 19일 장마당 게시판을 통해서 4월 1일부터 모든 중고물품(공업제품, 천류, 자판식녹음기 등)을 팔지 못하게 하고 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TV나 가전제품 등의 중고품이 유입돼 시장에서 유통되면 ‘나라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국가라는 인식을 준다’면서 중고품 판매를 금지해왔다. 개인들이 친척방문을 했을 때 들여오는 한 두가지는 예외로 하지만 대량으로 물품을 들여오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소식통은 “20일에는 성천동에서 시장 관리원들이 나와 중고매대 상인들의 물품을 압수하고 판매대에서 쫓아 내자 중고매대 상인 30여명이 시장 입구에 보따리를 베고 누워서 ‘우리는 죽어도 시장에서 안나간다’고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이 ‘중고까지 팔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살라는가’라며 항의를 하면서 관리원들과 심한 다툼이 벌어져 안전원들까지 출동했다”면서 “이 와중에 머리가 깨진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일 이후에는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다시 중고 물품 판매가 재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혜산 소식통은 “현재 인민반이나 장마당 게시판을 통해서 공시된 것은 없으나 이달 16일부터 말일까지 함경북도와 양강도 간의 교방검열(도와 도간의 불법이동이나 거래단속)이 이루어져서 시장이 매우 한산하고 물건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시장이 한산하고 물건이 별로 없어서 시장에 나간 사람들도 그저 우두커니 서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단속원들의 눈을 피해서 수입품이나 타 지역 공업품을 모르게 파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중고품에 대한 단속이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교방검열기간이 어서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외 평양과 강동군의 경우 거래 금지에 대한 포고문이나 품목 등이 나온 적이 없으며 장마당을 단속한다는 소문도 없어 예년과 다르지 않게 장사를 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이러한 시장 통제 움직임은 스스로 장사해서 먹고 사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가의 방침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과 회피가 심화 되고 사회 기강이 느슨해지자 북한 당국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을 제외하고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조건에서 당국의 방침을 시행하는 명분도 갖기 어렵고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형식적인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부 소식통은 전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