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화의 또 다른 풍경…“개인 숙박업자 증가”

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따뜻한 봄날이 다가오면서 곳곳의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펜션 등 한껏 꾸민 숙소들도 많죠, 오늘 시간에는 북한 주민들의 숙박시설 이용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리에 강미진 기자 나와 있는데요. 강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지난 3·1절 연휴 때 명소들을 찾는 주민들이 많던데요, 당연히 숙식은 주변의 펜션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먹고 자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집 떠나면 고생한다’는 말을 늘 할 정도로 외지에 나가면 숙식해결을 가장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장마당 동향 시간에는 북한 주민들의 숙박시설 이용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북한 숙박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진행 : 네, 한국은 집 주변에도 사우나나 호텔 등 숙소들이 많은데요,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자 : 네, 북한 주민들은 집을 떠나 외지에 가면 제일 어려워하는 게 바로 숙박이에요. 숙박시설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고요. 작은 도시라고 할지라도 국가에서 관리하는 여관은 있지만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가격은 싸지만 깊은 곳에 숨겨둔 지갑을 훔쳐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은 개인 숙박집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북한에서는 개인 숙박집을 대기 숙박이라고 부르거든요. 대기 숙박은 지난 90년대 중반 대량아사시기 이후 많은 주민들이 장사에 뛰어들면서 곳곳에 생겼는데, 주로 역 근처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만성화된 전력난으로 열차들이 하루, 아니 그 이상 서는 경우가 많아서 손님들이 열차가 다시 가기를 기다리면서 지내는 곳이라는 의미로 ‘대기 숙박’이 된 겁니다. 200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장사를 하려는 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전국의 곳곳에 대기 숙박이 많이 생기게 됐는데, 이제는 역전 주변이라는 특수성에 관계없이 다른 곳에도 대기 숙박집들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진행 : 개인들이 숙박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이럴 때는 불이익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한국의 숙박업처럼 사업자 등록증은 없지만 북한 숙박업도 작지만 사업이라고는 말 할 수 있죠, 대기 숙박을 하는 집들은 하루 24시간 내내 손님을 받거나 밤에만 숙박 손님을 받거나 하는데요, 가정 상황에 따라 개인들이 선택하면 된답니다. 하지만 대기 숙박을 하는 가정들에서는 이따금 불의에 숙박검열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 일단 대기 숙박을 하는 주민들도 해당 지역 인민반에 숙박등록을 해야 합니다. 보안서(경찰)에서 숙박검열을 할 때 해당 숙박업을 하는 가정에 묵는 숙박 손님들이 인민반 숙박등록대장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벌금을 물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전문 숙박업을 하려고 하는 주민들은 해당 지역 보안서와 안면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검열 때에도 벌금은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검열에 반드시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숙박 검열대는 숙박집에 대한 벌금은 받지 않아도 숙박등록을 하지 않은 숙박 손님들에게서는 대신 돈을 받아내기도 하죠. 

진행 : 개인 숙박소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말은 그만큼 대기 숙박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로도 들리는데요. 맞습니까?

기자 : 네, 시장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진 2010년대부터 장사꾼들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장마당에서는 각종 상품을 요구하는 주민들도 증가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물품 도매를 위한 장사꾼들에게 줄 상품을 가져다가 넘겨주려는 달리기 장사꾼들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동을 하는 장사꾼들이 타 지역에서 묵을 수 있는 곳이 대기 숙박집이거든요.

얼마 전에 통화한 한 북한 주민에 따르면, 최근에 북한에서도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사고방식을 갖는 주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이용하는 곳도 대기 숙박집이라고 합니다. 일부 가정들에서는 대기 숙박집을 불시에 방문해서 불륜현장을 적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더군요.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숙박집 사장들이 이제는 불륜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기 때문이죠.

진행 : 이런 개인 숙박집에서 불미스러운 사고는 일어나지는 않은지 궁금하군요.

기자 : 어디서나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은데, 북한도 마찬가지죠. 좀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있은 이야기인데요. 대기 숙박을 하던 한 가정의 딸이 대기 숙박 손님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도시 중심에서 떨어진 지역에 있는 한 대기 숙박집을 찾은 한 중년남성은 친근하게 하루 숙박으로 버는 돈은 얼마냐 힘들겠다는 식의 동정을 하면서 하룻밤 대기 숙박 돈을 다 낼 테니 혼자 숙박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뜻 내어줬는데, 숙박 손님이 묵어간 다음날 큰딸이 사망했거든요, 이 때문에 당시 평성지역에서는 대기 숙박 손님을 거부하는 현상까지 있었는데요, 당시 저도 평성 장사를 한창 하던 때였는데, 숙박집을 찾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대기 숙박이 돈을 벌고 좋을 수도 있지만 숙박 손님 중에는 전과가 있거나 술버릇이 고약한 주민들도 있어서 대기 숙박을 하려는 집들에는 건장한 장년이 항상 있어야 하는 것이 보통이랍니다. 짐을 잃어버린다면 숙박집에서 변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혹 미리 짜고 숙박을 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습니다. 때문에 숙박집들에서는 출입문 보안을 안팎으로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 : 대기 숙박집에 하룻밤을 묵고 싶다면, 얼마를 내야 하는 건가요?

기자 : 네, 북한 여러 지역을 다니며 인수원(引受員)을 하는 한 북한 주민을 통해 입수된 가격자료에 의하면, 평성시의 경우 역전 근처에서는 하룻밤 묵는 데 5000원부터 1만 원까지 한다고 하고요, 여기서 1만 원짜리 숙박소는 아침 식사로 국밥 한 그릇을 대접해준다고 합니다.

장마당 근처의 대기 숙박은 지역에 관계없이 6000원 정도 하는데요. 그리고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역전 근처 대기 숙박소도 3000원을 하는데 한 방에 7, 8명 정도 자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역전 근방은 5000원이고 연봉동이나 마산동과 같은 지역에서는 3000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공업도시 평안남도 함흥시에서도 대기 숙박은 5000원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양강도 대홍단군의 농촌 마을들에 있는 대기 숙박 집들은 2000원부터 3500원까지로, 비교적 저렴하다고 하네요. 대기 숙박 자체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격도 천차만별인 것 같네요.

진행 : 네, 북한의 숙박 상황에 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북한 시장의 물가동향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쌀값 등 물가는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고 있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000원, 신의주 5010원, 혜산 5185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600원, 신의주 1630원, 혜산은 1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40원, 신의주는 8020원, 혜산 805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 1100원, 혜산은 113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5600원 신의주는 16800원, 혜산 198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8005원 신의주 8100원, 혜산에서는 82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500원, 신의주 5540원, 혜산은 572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