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내부에 식량가격이 급등했던 이유는 북한당국의 강력한 ‘식량거래 통제’ 때문이라며 앞으로 우리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시장통제 정책에 패널티를 주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08 북한인권국민캠페인-북한인권국제회의’에 나선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북한의 ‘시장화 지수’를 만들어, 북한이 ‘시장통제’를 중단하고 ‘시장 자유’를 높이면 대북 지원 규모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대표는 이어 “북한 정부의 변화가 선행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북한 내부 정보를 취급하는 국내 NGO들에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운근 통일농수산정책연구원장은 “현 북한 식량부족 현상은 1995~1997년 당시와는 원인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전제한 뒤, ▲중국의 식량지원감소 ▲남한의 식량원조 중단 ▲국제 곡물가 폭등 ▲북한 내부 식량가격 폭등과 거래제한 ▲무역일꾼이나 특수 권력층의 식량 매점매석행위 ▲연료부족에 따른 수송차질 등을 주요원인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이어 “과거 남한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상당히 기여했다”며 “당장은 북한이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직접지원을 지양하고 유엔식량계획(WFP)이나 민간단체들에게 위탁하는 방식의 지원협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원의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을 연계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 차관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는 식량을 개발협력과 연계하여 자연재해 복구나 사방사업, 조림 등 농업기반을 복구하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취로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농민에 대한 토지사용권 부여, 세계 경제체제의 편입 등 베트남의 빈곤극복 과정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을 우선하는 개발체제를 통해 ‘빈곤삭감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곤삭감 성장전략’에 대해 정 선임연구원은 ▲시장을 통한 식량문제 해결 구도 지향 ▲취약계층 및 도시서민의 식량획득 능력 신장에 주안점 ▲해외식량기지 확보 주력 ▲경제특구 확대 ▲남북협력 및 국제협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토지사용권을 농민에게 부여하고 개인농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식량난 해결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농업지원이 아닌 북한 도시 빈민을 위한 지원이 될 수 있는 발상 전환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영화 일본 RENK 대표는 “90년대 북한 기근은 여성들의 시장 진출로 대기근이 끝난 것이지 김정일이 무언가 특별한 수완을 발휘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북한 여성들의 부업이 현재 북한 사회를 기근에 빠뜨리지 않고 유지시키는 유일한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복되는 북한의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시 주민들을 위한 빈곤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며 “주민들이 소규모 생산과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북한 같은 준(準)공영경제체제 국가에서는 식량의 공정한 생산과 분배를 꾀하기 위해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시장이 특효약”이라며 “북한에 부족한 것은 식량이 아니라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일부에서 제기된 북한의 ‘대량아사설’과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의 정치적 접근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의 인도적 상황은 대량아사설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량아사=대규모 기근 발생’의 문제라기보다는 만성적인 빈곤의 문제”라며 “대량아사설의 오류는 현실적으로 근거가 희박한 ‘기근’의 발생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문제를 단기적인 긴급구호성 지원 문제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북한이 당면한 인도적 상황을 광범한 ‘영양실조=만성적인 빈곤문제’로 규정해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식량 50만t지원 결정은 원조라는 이름을 빌린 ‘증정품’에 불과하다”며 “이번 원조는 부시 행정부가 김정일에게 보내는 ‘선물’로서 외교 정책의 도구로 사용됐으며,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에 따른 이자 지불인 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