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이후 북한 당국의 경제운용 기조가 통제경제 복귀로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먼저 이번 화폐개혁은 시장을 통해 성장한 ‘신흥 부자’의 돈줄을 죄고 일반 노동자, 농민에게 현물과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소위 기본계급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 당국은 화폐교환 한정액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세대별 10만 원에 1인당 5만 원을 추가적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4인가족 기준으로 구화폐를 교환하면 최대 3십만 원을 교환할 수 있다.
신화폐로는 3천 원(구화폐 30만 원)이다. 그 이상은 저금만 가능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저금을 국가회수조치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30만 원 이상의 구 화폐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노동자들은 그 동안 받아온 월급을 신화폐로 보장받을 예정이다. 지난 4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공장 기업소에서 받게 되는 생활비는 종전의 금액 수준을 새로운 화폐로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NK 내부소식통은 6일 “화폐교환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간부들이 ‘앞으로 새 돈으로 원래 임금을 준다’며 노동자들을 달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이 평균 2000원의 월급을신화폐로 지급 받게 되면 이는 임금이 100배 인상된 효과를 낳게 된다.
NK지식인연대도 “무산군 농기계사업소 최모 씨는 기능 급수가 높아 월급이 6천 원이 넘는다”면서 “이를 이전 화폐로 환산하면 60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며 아무리 큰 장사꾼이라 해도 시장에서 그렇게 까지는 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동자, 농민을 통한 집단 통제경제 복원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을 통제하고 국가배급으로의 복귀를 위한 조치도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 당국은 화폐교환이 진행된 와중에도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 배급을 실시했다. 이는 예전부터 해오던 가을걷이 이후 농장원 배급이지만 구화폐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마당이어서 시장 상인들에 비하면 특혜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NK지식인연대는 노동자에 대한 배급도 재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쌀 판매는 엄격하게 금지되며 쌀 판매 시 전원 무상회수 된다는 포치가 내려왔다.
NK지식인연대는 “지방 인민위원회에 중앙으로부터 새로운 시장관리규칙이 하달되고 법무부와 보안성에서는 시장통제를 강화할 데 대한 지시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책에 노동자와 농민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쌀을 현물로 주지 않고 노동자에게 계속 이같은 액수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통화팽창이 불가피하다. 이는 다시 물가상승을 불러 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의 시장 옥죄기 부작용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순천시 강안동 시장에서 새 돈으로 1kg에 16, 17원 하던 쌀 가격이 3일이 되자 50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쌀값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직후 수준(45원)으로 고시했으나 7일 현재 80원 이상으로 뛰었다. 벌써부터 신화폐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당국의 시장 옥죄기 정책기조가 계속될 경우 인플레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