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서 한국산 가정용 의료기기 수요 ↑… “10배 비싸도 산다”

북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약품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시장에서 한국산 가정용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산 가정용 의료기기는 중국산보다 10배가량 비싼 값에 팔리고 있지만, 그런데도 주민들은 한국산을 구매하려고 한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한국산 가정용 의료기기를 사려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평성시장에서 팔리는 한국산 가정용 의료기기들은 중국산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데, 그래도 주민들은 한국산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실제 현재 평성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산 가정용 혈압계는 개당 15달러(약 1만 7000원)에, 일회용 주사기는 개당 0.01달러(약 10원)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종류의 한국산 제품들은 가격이 10배 정도 비싼데도 한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중국산을 사용하면서 의료사고가 자주 나는 관계로 한국산 의료기기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돈을 더 주고서라도 한국산을 사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소식통은 “주민들은 국제기구에서 보내준 유럽산도 선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유럽산 제품들이 팔리고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 같은 발언에 미뤄 국제기구 등이 북한 취약계층을 위해 인도적 목적으로 지원한 일부 의약품이 시장에까지 흘러나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주로 시장에서 혈압계, 일회용 주사기, 밴드, 임신테스트기 등의 가정용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여성 생리대와 물티슈 등 생필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대외적으로 주민 누구나 무상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병원 등 각종 의료기관은 1990년대 이후 지속하는 경제난에 설비나 약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설사 병원에서 진단을 받더라도 처방받을 약이 없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약을 구해 먹어야 할 만큼 어려운 환경에 주민들은 국가의 의료시스템보다 가정용 의료기기와 민간요법에 의존해 병치레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달 초 황해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지방 인민병원의 열악한 실태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지역에 있는 군 인민병원들도 국가 병원이지만 가난한 것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며 ‘병원에 일단 약이 없는 게 큰 문제’, ‘소독기나 검사기 같은 의료 기기들은 생산일이 60년대인 제품들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등 낙후한 의료 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조선(북한 당국)도 병원에 대한 요구를 알고 있고 (개선을) 요구하는데, 그걸 지킬 능력이 없다. 국가가 수술실 전기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의료 기기를 현대식으로 제공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어둡고 습한 지방 병원, 비위생적인 환경에 오히려 감염질병 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