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단속과 경제 중앙통제 강화

북한 당국이 최근 시장경제 활동에 제동을 걸고 경제의 국가부문에 대한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양상이 확연해지고 있다.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비롯해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북한 당국의 입장이 사회주의에 이질적인 요소의 척결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 밖으로 전해지는 많은 동향들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 당국의 장사 연령 제한 조치와 그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 등을 거듭 전하고 있는 ‘좋은벗들’의 북한 소식지는 최근호를 통해 북한 노동당이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강연회를 열어 개인의 무역과 장사를 엄격히 단속.처벌할 방침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북한을 방문했던 게오르기 톨로라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연구소 홈페이지에 실은 11일자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모든 공산품의 시장 판매를 금지하고 국영상점을 통해서만 팔 수 있도록 하며 시장가격과 국가가격의 “이중가격”체제를 철폐하고 외환유통도 통제할 계획이라는 말을 북한의 “지도급 이코노미스트들”로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의 소식지는 “북한 당국이 개인 유령회사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며 “작년부터 각 도에서 무역 거래자들이 집중 단속돼 공개처형까지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개인 유령회사란, 개인이 기관이나 기업소의 명의를 빌려 무역과 장사를 하고, 대신 수익의 일부를 그 기관이나 기업소에 지불하는 형태다.

소식지는 지난해 12월23일 함경북도 청진에서 학자, 교사, 의사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평양에서 온 강연자”가 그동안 “돈 많은 사람들이 국가 무역와크(수출허가증)를 갖고 장사하게 놔두고, 개인들이 제멋대로 유령회사를 차리고 무역하는 것도 놔뒀으나 이제는 그렇게 마음대로 돈을 움직이고 돈으로 행세하던 사람들을 뒷조사하고 법적 대책을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연자는 “그런 사람들(불법 무역업자)을 법적으로 대책하는 것이 응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소식지는 전하고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노동당 중앙 선전선동부의 지시에 따라 중앙통신사와 노동신문사 기자들이 파견돼 비슷한 내용으로 강연했다고 덧붙였다.

소식지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좌판 장사를 할 수 있는 여성의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개인 투자사업’에 대한 단속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사례들을 전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으로 80년대와 90년대 북한에 정통한 톨로라야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이미, 경제의 국가부문을 부활시키고 또한 시장관계의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국가부문에 대한 중앙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이에 따라 최근 시장을 단속하고 국영기업 근로자의 ‘부업'(상거래)을 금지했다는 것이다.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17일 북한 당국이 불법적인 시장경제 활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중앙 계획경제의 통제력을 강화해 사회 이완을 막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은 그동안 개인의 불법 무역을 어느 정도 묵인했지만 그 결과 체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주민 의식이 변화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며 “이에는 북한 체제가 시장개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두려움과 회의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북한 당국이 그동안 유령회사를 통한 무역거래를 계획경제에 대한 보완측면에서 눈감아 줬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객이 전도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면서 “북한은 당분간 중앙 계획경제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러한 조치들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고 브루킹스연구소의 톨로라야 연구원은 전망했다.

“일반주민은 물론 엘리트층에서도 시장관계와 시장에 대한 의존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확산돼” 있기때문이라는 것.

그는 북한에서 “새로운 중요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민초들 사이에서 상부의 엉터리 지시에 대한 눈에 띄는 비협력” 현상을 지적하고 “특별히 반항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려 해도 (비협력때문에) 진창에 빠진 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방북 때 “새로운 경제 현상들의 규모를 보고 놀랐다”며 “북한의 중심지역들에선 재화의 다양성, 규모 등 면에서 시장이 중국의 지방 시장들을 방불한다”고 주장하고, “옛 소련의 명령경제가 붕괴되는 과정을 목격한 사람으로서, 현재 북한의 일상 생활에선 1970, 80년대의 소련과 놀라울 만큼 닮은 면들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북한에서 개인소유가 아닌 아파트가 거래되거나 외환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돈만 있으면 어떤 것이든 구할 수 있는 점을 그는 들었다.

그는 “평양에서 방 하나짜리 아파트가 미화 약 5천달러에 팔리며, 평양 인근의 일부 소도시에서도 평양 거주권이 없는 장사꾼이나 무역업자들의 수요덕분에 평양에서 만큼 비싸게 거래된다고 한다”고 전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