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경제적 변화 아닌 사회주의 변질”

▲ 21일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 : 시장화의 가능성과 전망’이란 주제로 2008년 제1차 북한개방전략포럼을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진행했다. ⓒ데일리NK

북한은 국가의 재정수입 확대를 위해 시장경제활동을 조장하고 있고, 이제는 시장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가 21일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주최한 ‘2008북한개방전략포럼’에서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북한의 시장 경제적 요소와 시장화 정도에 대한 분석’ 주제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양 교수는 “북한의 계획 경제 부분은 시장경제 부문에서 발생하는 잉여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취하고 있고, 앞으로 ‘국가가 시장에 기생해 살아가는’ 모습과 방식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경제의 특징에 대해 “엘리트경제(당경제), 군수경제, 내각경제, 비공식경제(2차경제) 등 4개 부분으로 분화됐다”며 “엘리트경제와 군수경제, 일부 내각 경제는 계획경제 영역에 속하지만, 주민경제와 일부 내각 경제는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책임을 방기 시장경제 영역에 속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시장화에 대해서는 “(생산재가 아닌) 소비재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고, 화폐화는 달러화를 축으로 전개되는 특징이 있다”면서 “7·1경제조치 이후 국산제품보다 중국산 제품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나 북한 시장의 대외의존도는 심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시장의 발단은 “생산력 증대를 수반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는 “생산보다 유통의 발달에 기인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북한의 시장화는 “무한정으로 뻗어 나가리라고 기대하긴 곤란하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이날 북한의 시장화 수준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2004년, 2005년 탈북자를 대상으로 3차례의 설문조사(1차 121명, 2차 165명, 3차 160명)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공식임금의 2~3배 수준의 현금을 납부하고 공장 또는 기업소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8·3노동자 비중이 평균 4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또 “주부들의 시장경제 활동 참여는 평균 73.8%로 전체 주부 인구의 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적 부분의 고용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 업체의 경우도 사유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식당의 경우는 평균 54.4%, 상점은 40.1%, 서비스 부분은 41.5%로 조사됐다”고 했다. 외화벌이 무역회사의 사유화 부분에서는 ‘전혀 사유화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27.3%이지만, 평균치를 보면 32.9%가 ‘사유화 됐다’ 응답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북한에서 종합시장의 등장은 상인계층 형성이 가능토록 했다”며 “시장을 통해 자본을 축척한 ‘돈주(錢主)’로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큰 돈주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 약 5~6명가량의 대리인(중간 상인)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기업에서는 “당초 계획을 예정하지 않던 신규 제품을 생산하는 ‘계획 외 생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팔기 위한 생산으로 상품생산이 확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의 장거리 대중 교통수단은 열차가 거의 유일했지만, 개인들의 장사가 활발해지면서 군대, 안전부, 보위부, 공장 등 각 기관, 기업소에 소속된 트럭과 자동차 등의 차량이 차비를 받고 대도시 중심으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차(서비스 차)’가 등장해 각광을 받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반면, 극동문제연구소 홍성국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시장화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북한의 시장화는 불안정한 변화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어 “지금 북한의 시장은 물자공급부족현상으로 일어나 불가피한 것으로 아주 작은 부분에서 일어난 일”이며 “북한의 변화는 시장 경제적 변화라기보다 ‘북한 사회주의의 변질’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오히려 정확한 평가”라고 주장했다.

홍 연구실장은 “(북한 시장화에 대해)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최근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시장화 현상에 대해 극심한 경제난이 초래한 ‘피할 수 없는 경제사회현상’으로 북한의 시장화는 계속확산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한의 시장 형성이 ‘사회주의적 경제관리’의 틀 내에서의 제한적 개선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북한의 시장화를 인정하고 있지만, 낙관론자들은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지나친 반면, 비관론자들은 ‘사소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애써 무시하는데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견해차는 “북한의 ‘시장 유무’가 아니라 ‘시장화 정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시장화는 북한경제에 지배력을 가질 만큼 뚜렷한 수준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부분 시장화’이고, 북한은 정치가 고도로 우선되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정치 우선적 경제체제’이며, 초보적 수준의 시장이 형성되면 북한당국은 시장 확산을 강력히 통제해 온 ‘관성론과 작용-반작용론’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 발제에 나선 통일연구원 최수영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진행되는 있는 시장화는 수입수요 증대를 유발해 무역적자 확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생산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다시 수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외환부족으로 인해 해외로부터의 지속적인 수입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따라서 “국내 생산능력을 제고해 국내 공급 확대를 도모할 수 있도록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지원 및 기업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