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11일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수석대표회담을 다시 소집했지만 북한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없어 사실상 결렬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소식통은 이날 “중국이 이날 새벽 수석대표회담을 다시 속개하자는 연락을 해왔다”면서 “막판 절충시도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수석대표회담 이후 10시(현지시간)부터 각국 수석대표들을 접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장이 접견하는 행사가 통상 회담을 마무리하기 직전에 이뤄진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이번 회담은 추가 협의 없이 종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 사흘간 6자회담 참가국들은 ‘양자회담’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회담의 최대 쟁점인 ‘검증의정서’ 채택을 위한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북한이 다른 참가국들의 의견에 반발하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0일 회의를 마친 뒤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며 “북한은 검증과 관련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도 “북한은 이번 6자회담에서도 사흘 내내 ‘북한은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했다”며 “북한은 IAEA의 검증도 수용하기 어렵지만, 비핵보유국을 대상으로 하는 NPT 가입도 더욱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시료채취’ 문제도 당초 ‘접점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타결을 보지 못했다.
한국, 미국 등은 검증방법과 관련해 시료채취를 내용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문구를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주권 침해” 등을 거론하면서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제시한 4쪽짜리 검증의정서 초안에는 시료채취를 보장하는 용어로 ‘과학적 절차(scientific procedures)’가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이 검증의정서 수정안을 만들 여건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제시한 검증의정서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북한을 제외한 다른 5개국은 시료 채취 등 과학적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검증 주체와 대상에 대한 논의도 진전이 없었다. 한·미·러시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북한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국이 이날 회담을 소집했지만 현재로선 검증 주체, 방식, 대상 등 모든 쟁점 현안에 워낙 의견차가 커 검증의정서 채택 가능성은 희박하다.
회담 소식통은 “이미 이번 회담의 모멘텀은 사라진 것 같다”면서 “회담을 정리하는 문서도 언론발표문은 힘들고 의장국 개별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