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도당비서 訪中 왜?…”中 경제지원 기대”

북한의 시·도당 책임비서 12명이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한 직후 중국을 방문해 경제시찰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 수행단을 이끌고 경제시찰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시·도당 책임비서들이 경제시찰을 목적으로 방중한 것은 처음이다. 외형적으로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중국의 발전상을 관찰하는 것이 방중단의 목적이다.


중국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매체들은 이번 방중단을 이끌고 있는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가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만난 자리에서 “조선의 모든 도와 시 당위원회 책임비서들이 김정일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중국을 방문했고, 중국인민이 발전에서 거둔 성과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김정은 통치시대에 중국식을 모델로 한 개혁·개방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나서기 전 지방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시·도당 책임비서들을 중국에 보내 시·도 중심의 경제개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춘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개혁·개방은 북한에게 정치적 의미일 수밖에 없다. 경제조치에 관한 중앙 정부의 어떤 방침이 없는 조건에서 이뤄진 책임비서들의 방중을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새로운 지도체제가 섰으니 상호연계를 맺는 것으로 군·당에서 교류가 지방정부로 확대된 것”이라면서 “고위인사들의 빈번한 왕래·협력을 제도화하자는 후진타오-김정일간 약속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시진핑(習近平) 시대를 앞둔 혈맹국간의 교류확대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당대표자회를 통해 새롭게 당조직이 정비된 만큼 중국공산당에 선을 보이는 행보라는 것.


특히 북한의 체제특성상 개혁·개방은 사실상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일-김정은 부자왕국의 생존을 위협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해석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21일 한 토론회에 참석, “북한에서 개혁은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체제 문제”라며 “전체주의 체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철권통치를 정당화하고 김정은은 과거 지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2007년부터 김정은 후계를 준비해온 북한은 화폐개혁과 시장통제를 통해 더욱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강화해 왔다. 또 ‘김정은 시대’의 출발을 알린 44년 만의 당대표자회에서도 경제관련 조치들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를 앞두고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과시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북 투자·지원 확대를 통해 경제난 등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풀이했다. 동시에 이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치장해 후계자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데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정치적으로는 ‘대(代)를 이은 친선’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의미를 갖고, 경제적으로는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목적으로 중국의 지원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고, 최 연구위원도  “중국의 투자를 이끌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북한의 시, 도별로 지하자원 개발을 매개로 중국과의 투자협력은 가능할 수 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경협모델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중국의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 개발에 대한 북중간 협력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사용권을 준 청진항 3, 4호 부두는 도문(圖們, 투먼)부두로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 중인 투먼-청진간 철도정비를 마치면 12월경부터 중국의 출항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의 경협은 규모면에서 아직 개성공단에 미치지 못하지만 앞으로 두만강, 압록강을 통한 경협모델이 (개성공단 규모를)앞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적 고립과 경색국면의 남북관계에 따라 ‘키다리 아저씨’ 중국과의 북·중 국경지역 경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앞서 북한의 당창건 65주년에 맞춰 방북했던 중국 측 사절단에 창지투 개발에 속하는 지린성, 랴오닝성 서기와 헤이룽장 부서기가 포함됐고, 이들을 위한 환영연회에는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책임비서가 참석한 것도 국경지역에서의 경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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