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대낮에 놀이터에서 성관계를 갖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사진 속 청소년들을 ‘놀이터 막장(인생이 밑바닥까지 추락한 사람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커플’이라며 청소년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최근 함경북도 길주에서는 북한판 ‘숲속 막장 커플’이 등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 식수절(식목일)에 나무심기에 동원됐던 남녀 학생이 숲속에서 성행위를 하다 교사에게 적발된 것. 특히 이들이 한국의 음란 동영상물을 자주 접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함경북도 내부 소식통은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지난 3월 2일 식수절 날 나무심기에 동원됐던 중학교 남녀 학생이 숲속에서 성행위를 하다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들켜 학생들의 뒷생활(사생활)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가 내렸다”고 말했다.
회령에 거주하는 또 다른 소식통 역시 “최근 청진에 ‘학생들의 뒷생활을 엄격히 조사하고, 특히 한국 알판(VCD)을 보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식수절날 길주에서 학생들이 음란한 행위를 하다 적발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조사 결과 학생들은 집에서 부모 몰래 한국 영화들을 자주 보고 흉내 내며 여러 차례 난잡한 행위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에 따라 전국의 학생들과 부모들을 상대로 일제히 단속을 벌이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학제는 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쳐 중학교 6년제로 편제되어 있다. 만 17세가 되면 중학교를 졸업하는데 이때부터 정식 성인으로 인정한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으로 중학교마다 당 기관과 법 기관으로 구성된 검열조가 들어가 매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영화를 몇 편 보았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이번 검열에서 한국영화를 본 학생들에 대해서는 집안의 녹화기(비디오)와 텔레비(TV)를 회수하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부모들이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영화나 드라마 CD가 장마당에서 1장에 북한돈 3천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영화는 CD 한 장이면 한 편을 다 볼 수 있지만, 드라마는 CD 수 십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영화 CD들이 훨씬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CD 밀수꾼들에 의해 성인영화나 음란물들이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어린 청소년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마당에서 많이 팔리는 CD도 대부분 성인영화나 조폭영화, 공포영화, 코미디 영화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한국영화들은 볼 수 있는 나이(등급제)를 정해놓고 있지만 이걸 누가 따르겠느냐”고 반문하며 “아이들은 오히려 성인영화들에 더 관심을 가진다. 청소년들이 이런 영화들을 부모 몰래 시청하고 따라하는 열풍이 불고 있어 부모들까지 함께 단속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고 했다.
이어 “요즘 중학교 남녀 학생들이 집단으로 술을 마시고 난잡한 행동들을 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데 어른들은 ‘이게 다 한국영화 탓’이라고 한다”면서 “어른들이 보기에도 끔찍한 영화들을 아이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보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주민들은 한국이 발전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한국사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며 “영화 속 한국사회는 너무 무섭고 기형적이다.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사느냐”면서 한국의 외설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경계심이 높아가고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