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 적극 공개’ 안팎

북한이 “우리나라에서 여러차례 있었던 물난리 때에 비해 농작물 손실이 매우 크다”고 밝힌 이번 수재를 당해 피해 상황을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외부에 공개해 이전과는 다른 행태를 보였다.

북한은 5일간의 집중호우가 멈춘 지난 11일부터 17일 현재까지 수해 상황을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보도하고 있다.

특히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지난 14일에는 평양에 있는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 세계식량계획 등 유엔기구 관계자들을 초청해 평양 인근 수해지역에 대한 현장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평양주재 외국 TV가 물에 찬 북한의 모습을 찍도록 했다.

북한 당국의 이런 접근 방식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1995년 대홍수 당시 피해 상황을 국제사회에 거의 알리지 않았고 작년 수재 당시에도 올해만큼 ‘적극적’으로 피해 상황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엔 우선 “많은 지역에서 연간 평균 강수량 1천mm의 절반 이상의 비가 내려 수백명이 사망 또는 실종했다”는 북한 언론의 보도와 같이 절박한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천재지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수재가 미처 복구되기도 전에 업친 데 덮친 격의 수재로 인해, 핵실험 이후 강조해온 민생 향상 등 ‘경제강국 건설’의 목표가 물거품이 됨은 물론, 자칫 10여년전 대홍수 피해가 계기가 됐던 대기근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내부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대북 인권.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이번 수재 이전부터 북한에서 아사자가 늘어나는 등 10여년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때와 유사한 정황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체제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심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온 북한 당국이 피해 상황을 속속들이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한반도 주변 상황 호전과 핵실험 이후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외 개방과 실리 추구 자세로 전환하고 있기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 당국이 피해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려도 체제에 대한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그러한 판단에는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자신감과 전반적인 해빙 무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 당국이 자존심 보다는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이러한 실사구시적인 자세는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 등 변화와 연관해 주목되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대외관계가 개선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의 신속하고 구체적인 피해 상황 공개와 지원 요청은 남한과 미국으로부터 발빠른 지원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남한은 긴급구호용으로 71억원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미국도 “유엔 채널을 통해 어떤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남한은 지난 장관급회담에서 대북 쌀차관 제공을 유보함으로써 남북 당국간 관계가 다소 경색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수재 구호와 복구 지원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식량지원 등이 이뤄질 경우 2005년 중반 그해 지원분의 절반만 지원한 채 중단했던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계기가 되고, 이는 연쇄적으로 최근 호전되는 북미관계를 더욱 뒷받침하는 재료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불행이긴 하지만 북한의 수재를 맞아 이뤄지는 ‘대북 지원 외교’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과 북핵 6자회담과 북미관계 진전 등 한반도 정세의 ‘선순환’적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수재 지원은 정상회담의 기반을 닦고 북미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특히 남한의 지원은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한결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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