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 속 주민에 ‘희망심기’ 안감힘

사상 유례없는 수해로 사회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북한이 언론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미래의 행복”과 “삶에 대한 낙관”을 강조하는 논조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의 논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 덕분에 “정치.군사.경제적 토대가 굳건”해졌으며 이에 따라 미래 비전이 매우 밝으므로, 결코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북한 정권수립 59돌 기념사설을 통해 “선군혁명의 민족사적 승리를 이룩하고 강성대국의 여명을 맞이한 오늘처럼 우리 공화국(북)의 정치.군사.경제적 토대가 굳건해지고 조국의 앞길에 끝없이 밝은 미래가 펼쳐진 때는 일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주민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한 의도를 지닌 장문의 노동신문 ‘정론’도 잇따랐다.

노동신문의 8일자 정론 ‘행복의 새봄은 어디서 오는가’는 “내일, 행복의 내일이 소리쳐 온다”고 운을 뗀 뒤 “승리의 여명에서 낙원의 해돋이에로 조국은 또 한번 큰 걸음을 내디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집중 호우가 쏟아지던 지난달 초.중순 김 위원장의 함경남도 산업시설 시찰활동을 “삼복철 강행군”으로 규정,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어제 날의 눈보라 강행군은 신념의 강행군이었다면 오늘의 강행군은 광명의 강행군, 꽃피는 낙원의 강행군”이라고 말했다.

‘눈보라 강행군’은 김 위원장이 1998년 1월 16∼21일 자강도를 현지지도한 것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1950년대 ‘천리마 정신’과 같은 ‘강계의 혁명정신’이 만들어졌다.

이 신문은 지난달 31일에도 ‘승리를 믿으라! 내일을 믿으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정론을 게재, “조선(북)은 비약의 상승 일로에 확고히 섰다”며 삶에 대한 낙관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정론은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고난의 행군’ 당시와 비교하며 “고난에 대한 우는 소리나 비관이 더는 없으며 누구나 이제는 됐다, 오래지 않아 반드시 잘 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에 넘쳐 생활의 여유를 가지고 낭만적으로 살며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논조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600여명이 사망.실종하고 90여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으며 20여만 정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는 등 수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좌절하거나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갖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당국이 올해초부터 ‘경제강국’ 건설에 매진,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마당에 예상치 못한 수마로 경제발전은 커녕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한 만큼, 주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독려할 필요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해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닥치고 민심이 흉흉해질 경우 김정일 체제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사전 방지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일이 북한 당국으로서는 수해복구와 함께 시급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제3국 ‘정보기관 정보요원’과 이에 고용된 북한주민 ‘첩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것이나, 제국주의 세력의 반북 책동을 경고하며 주민들의 사상적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내 핵시설 불능화’에 합의하는 등 핵문제에서 과거에 비해 적극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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