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함경북도 홍수 피해 복구에 함북이 고향인 군인들을 우선 선발·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0년 넘게 군대 복무를 하는 군인들이 고향 가보기도 쉽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함북이 고향인 군인들을 많이 추천할 것에 대한 방침이 내려졌다”면서 “이에 따라 수해 피해 복구 현장에는 함북이 고향인 군인들이 대다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정은식(式) 인민애 선전 방식의 일환으로 보인다. 대재앙을 겪은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직접 고향집을 방문할 수 있게 하면서 충성심을 고취해보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 군 간부들은 이들을 고향에 보내면서 “원수님(김정은)의 배려”를 지속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이면에는 군부대들에서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 군인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겉으로는 ‘오랜만에 고향에 가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식량 확보를 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군부대 지휘관들은 고향으로 떠나는 군인들에게 꼭 우리 힘으로 식량해결을 해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자’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복귀할 때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엔 불충(不忠)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가정에서는 아들의 고향 방문에도 대놓고 반길 수가 없다. 아들이 오랜만에 온 것은 너무도 반갑지만, 홍수로 집안 살림은 물론이고 힘겹게 지은 농작물마저 휩쓸려 간 상황이기 때문에 근심만 쌓여간다는 것.
소식통은 “귀가한 군인들 가정의 기쁨과 즐거움은 순간이었다”면서 “함경북도 전체가 황량한 황무지로 변한 상황에서 식량을 챙겨가야 한다는 말에 부모 자식 간에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모들은 ‘아들을 나라에 바쳤는데 국가가 먹여 살려야지’라는 반응이다”면서 “특히 ‘이런 난리 통에 집으로 보내서 식량 살 돈을 내놓으라니 이게 말이 되냐’는 (당국에 대한) 반감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서도 군인 고향 방문에 좋은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군에서 부여받은 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군인들이 언제든 ‘도적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이웃집 아들이지만, 언제든 수확물을 훔치는 도적으로 변할 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결국 당국이 이웃들 간에 따뜻한 정을 나눌 수도 없게 만드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