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복구 도와달라”…대북지원 탄력 예상

북한이 9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통해 수해물자 지원에 사의를 표하고 구체적인 구호물자까지 요청하면서 대북 지원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후 남측의 쌀과 비료 지원 유보 조치에 화가 난 듯 집중호우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에 구호 요청을 하지 않고 대한적십자사의 지원의사에도 거부 입장을 보이다가 이날 처음으로 공식 수용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북측은 이미 이달 들어 남한의 지원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우회로’를 이용해 표시하기 시작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에 나와 있는 북한 김성원 단둥(丹東)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위) 대표부 대표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남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 “한민족으로서 동포의 아픔을 생각해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목적이 없고 진정으로 돕겠다는 것이라면 못 받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5일 남한 당국이 북한의 수해 피해를 지원하는데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남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러나 지원 수용 의사를 내비치면서 민간단체의 지원을 ’묵묵히’ 받아들이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이날 필요한 구호물자까지 꼽으며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보인 것.

북한의 수해 피해가 예상 외로 심각하고 특히 지속적인 경제난 속에서 자체적인 복구작업은 더욱 어려운 사정임을 말해준다.

북측은 6.15 남측위로 보낸 팩스에서 “피해복구 물자로 복구사업에 실제 긴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멘트, 강재 등 건설자재와 화물자동차를 비롯한 건설장비 그리고 식량, 모포, 의약품 등을 기본으로 했으면 한다”며 당장 수해 복구가 절실함을 시사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북한에서는 549명의 사망자와 295명의 행방불명자, 3천4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1만6천667동 2만8천747가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2만3천974정보(1정보는 3천평)의 농경지와 도로·노반 등이 파괴됐다.

또 북측이 남측의 쌀·비료 지원 중단 조치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은 것은 남측에서 대북 수해복구 지원 움직임이 활발해 지면서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지원단체를 중심으로 구호물자가 전달되고 심지어 한나라당에서도 지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남한 정부도 관련 단체 및 당정 협의를 거쳐 이번 주 중으로 지원규모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북한은 기존의 ’강경 거부’를 풀 명분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북측이 남측에 공식 지원을 요청함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도 북녘 동포의 수해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해가는 동시에 민간을 통한 간접지원 형식으로 대북 구호에 나서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정치적 부담을 줄이게 됐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10일 회동 후 남측이 거듭 지원의사를 밝힐 경우 북측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측은 아직 남한 당국의 지원에 대해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남한 정부의 쌀·비료 지원 거부로 조성된 경색 국면이 대북 수해복구를 계기로 풀릴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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