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로 정상회담 미뤘는데 ‘아리랑’ 강행 왜?

북한 당국은 최근 집중호우로 극심한 수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강행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금룡 아리랑 국가준비위원회 연출실장은 21일 조선중앙방송과 인터뷰에서 “해마다 전통적으로 열리게 되는 대집단 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하기 위해 매일 수만명의 각 계층 근로자와 청소년, 학생, 해외동포, 외국인들이 ‘5·1 경기장’으로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2일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 국가준비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빌어 아리랑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5·1 경기장 주변에는 피해가 있었지만 5·1경기장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연은 현재 큰물 피해를 가시기 위한 사업에 떨쳐나서고 있는 국내 인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안겨주고 있다”며 “지방도시에서 올라온 국내 손님들은 시내의 여관들에 5~7일씩 머물면서 수도(평양) 견학도 하고 공연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2002년 첫 선을 보였던 아리랑 공연은 2005년 광복 60돌과 노동당 창건 60돌(10월10일)을 맞아 재공연한 데 이어 지난해 세번째 공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7월 발생한 수해로 공연을 취소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집중호우로 평양을 비롯한 평안남.북도, 강원도, 함경남도 등 북한 중부지역에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남북 정상회담을 연기한 것 처럼 아리랑 공연도 취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민·관·군까지 총 동원돼 수해복구 작업에 나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력동원이 필요한 아리랑 공연을 강행하자 그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심각한 수해에도 불구하고 외화벌이에 한몫하고 있는 아리랑 공연을 취소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2005년 아리랑 공연을 남측 관광객을 포함한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고 관람수입으로 1천1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예약된 관광객들이 있어 취소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2년 연속 수해로 인한 공연 중단 사태가 생길 경우 대외적으로 신뢰도가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람료는 특등석이 300달러 1등석 150달러 2등석 100달러 3등석 50달러다.

체제의 건재함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것과 함께 수해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가능하다.

수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연인원 10만 명이 동원되는 대집단 체조가 정상적으로 공연될 만큼 체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 한다는 것. 아리랑 공연은 주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목적에서 시작한 만큼 공연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아리랑 공연에 열차나 버스 등으로 지방주민들을 평양으로 데려가 공연을 보여주고 평양관광을 시켜줌으로써 국가의 배려에 감사하도록 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발생한 수해로 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해 상황을 외부에 신속하게 알려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 자존심의 큰 상처를 받은 만큼, 아리랑 공연을 통해서라도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김정일 개인의 의지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올해 아리랑 공연은 김일성 주석 95살 생일(4.15)과 인민군 창건 75주년(4월25일)을 기념해 올 4월14일-5월5일 공연이 있었고, 8월1일부터 10월10일까지 다시 하반기 공연에 돌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