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지난 6월 중순 북한의 한 수산사업소 기지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중국으로 골동품 밀수를 시도하다, 중국 공안(公安)에 체포돼 북송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이상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6월 19일 중국 요녕(遼寧)성 안민(安民)항에서 난데없이 ‘중국 해안110순찰대’가 출동했습니다. 김광원이라는 인물이 북한인 2명과 같이 골동품에 대한 밀수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체포작전을 벌인 겁니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값을 더 많이 쳐주는 곳에 골동품을 팔려다보니 여러 대방(무역업자)들에게 신분노출이 돼, 익명의 제보에 의해 잡힌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광원 일행은 안민파출소에서 3일 동안 취조를 받고, 신의주 보위부에 넘겨진 뒤, 예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밀수를 시도하다 체포돼 북송된 경우 탈북민처럼 처벌되지만, 경제범이기 때문에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민 보다 처벌 강도는 낮은 편입니다.
소식통은 “김광원은 4, 5일 전에 풀려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보위부에 연줄이 있어 어렵지 않게 풀려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광원은 밀무역으로 돈을 벌어 4, 5년 전 압록강 하구 인근 지역에 작은 포구를 건설해 그곳 책임자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김광원은 인민무력부나 정찰총국, 인민보안성 등 권력기관에 소속을 두는 조건으로 자본을 투자하고 수산사업소 기지장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수산사업소 기지장들은 일정액의 외화나 현물을 소속기관에 바치는 조건으로 어업권을 받거나 암묵적인 동의하에 밀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최근 중국 당국의 밀수단속이 강화된 가운데, 김광원 등이 중국 현지까지 나가 골동품 장사를 시도한 건, 북한 당국에서 할당한 외화벌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북한 수산사업소 관계자들은 북중 공동수역에서 중국 어선에 수산물을 밀매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충당해왔지만, 중국의 밀수 단속 강화로 사실상 판로가 막힌 셈입니다. 이에 김광원 등이 부족한 외화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까지 나가 골동품 판매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또한 책임자가 직접 밀수현장에 나선 이유로는 엄격해진 단속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이기 위해,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서의 밀수를 집중 단속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복수의 소식통은 단둥시에서 지난 5월부터 공안과 변방대를 중심으로 북한 측과의 밀수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압록강 하구 쪽 중국 관할 수역) 단속 강화로 큰 배들은 못 다니고 작은 밀수 배들이 조금씩 왔다갔다하는 정도다”면서 “중국 단속반에 걸렸을 경우 벌금이 2만 위안(元, 약 330만 원)을 물어야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도 북중 관계가 악화되자 압록강 하구의 조선수역에서 자국 어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올해 5월부터 여기(북한)에서도 어업 단속을 심하게 해 주민들 생계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면서 “조(북한)중 관계가 나빠져 경비대들이 우리 어선을 심하게 단속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