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령론’처럼 ‘햇볕정책’은 무오류성인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세종연구소, 미국 민주주의기금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0북한인권국제회의가 오는 2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북한의 인권개선과 민주주의 증진 전략’이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전개될 예정이다.



앞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캐나다 NGO인 ‘한보이스(Han Voice)’와 공동으로 ‘제10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해 북한인권 실상을 알렸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 및 콘서트 등도 함께 열렸다.



또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1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10일 프레스센터에 모여 ‘북한인권법제정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을 갖고, 북한인권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조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과 민주화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화두로 나눈 대화가 눈길을 끈다. 물론 서로 간의 인식의 차를 확인하고 대화는 끝났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인권법을 꼭 좀 빨리 제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손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도 관심을 두어왔다”고 강변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대북포용정책, 교류협력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 이래로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주민들과 북한사회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거기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햇볕찬가’를 불렀다.



그러면서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사회가 국제사회에 문을 열고 교류를 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취지”라는 말도 덧붙였다. 즉, ‘햇볕정책’을 통한 개혁·개방만이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의 ‘햇볕정책’에도 불구,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그는 또 “북한을 우리가 상대하고 교류협력의 대상으로 삼을 때 유념할 것은 북한당국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단체나 교회에서는 그럴(인권문제 제기) 수 있지만 똑같은 요구를 민주당에 해달라는 것은 북한의 인권향상을 위해 효과적인 길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인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말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햇볕정책’에 경도된 지지자들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나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굶주리는 북한 인민들을 위해 대북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는 것. 대단한 ‘휴머니스트’들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북한 인민들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등을 돌린다.



김정일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일련의 만행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민들을 위한 인도적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는 있다. 철저하게 북한 인민들 편에 섰을 때 가능하다. 김정일 정권과 인민들을 분리 대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인민들의 인권과 관련된 ‘북한인권법’ 제정은 두말할 나위 없이 나서야 하지 않나.



그러나 민주당을 위시로 한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손 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북지원’과 ‘북한인권법’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다. 정확히 말하면 대북지원과 북한인권법의 대상을 인민들이 아닌 북한 당국으로 맞추고 있다. 인민들에게 분배되지 않는 대북 식량지원은 주장하면서 인민들에게 혜택이 가는 인권법 제정은 반대한다.



민주당은 북한 당국의 환심을 살 수 있을 만한 정책은 찬성하지만 혹시라도 밉보일 수 있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심상이다. 이 모든 것이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고 있다. 그러니 “북한 당국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손 대표는 크게 착각하고 있다. 당장의 남북대화를 위해 북한 당국의 자존심이나 비위를 맞춰줄 수는 있다. 그러나 김정일의 정권유지를 위해 중동·시베리아에 ‘앵벌이’로 내보내지고,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없으면 살아가기조차 힘겨운 처지에 놓인 북한 인민들의 뭉개진 자존심은 어쩌란 말인가. 햇볕정책은 결국 인민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꼴이다.



지금 북한에선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으며 3대에 걸친 독재 세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모두가 기대했던 개혁·개방이나 북핵폐기 등은 물건너 갔다. 아버지 김정일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하지 못했던 개혁·개방을 어린 김정은이 선택할리 만무하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현·상·유·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햇볕정책’이 모든 남북관계의 해법이라는 ‘만사형통론’, ‘햇볕정책’만이 유일한 대북정책이라는 ‘유일론’, ‘햇볕정책’의 실책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무오류성’ 등을 설파하고 있다.



그들은 ‘햇볕정책’만 앞세우면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선부론(先富論)’을 내걸고 개혁·개방에 나선 것처럼 김정일-김정은도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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