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송년 분위기 ‘끼리끼리 조용히’

북한 주민들은 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회를 어떻게 보낼까?

21일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연말이면 송년회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기관이나 단체별로 한 해 업무를 정리하는 ’연말 총화(결산)’가 있고 평양과 같은 도시에는 송년 예술공연도 있는데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공식 행사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크게 줄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1999년 탈북한 자유북한방송 김성민(44) 대표는 “북한에서 공식적인 송년회는 거의 사라지고 아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보낸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고위 간부나 외화벌이에 나서는 사람, 화교들은 송년회를 갖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김봄빛(42.여)씨는 “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해마다 돌아가며 집에서 송년회를 갖는다”면서 “집주인은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들은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 가고, 이곳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노래와 춤도 곁들여진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연하장을 주고 받는 모습은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체신성이 발행하는 신년축하 우편엽서는 물량이 한정돼 있어 우편국이나 체신소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을 정도.

북한에서는 부서원이나 지인끼리 비용을 추렴해 송년회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빈부 격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농장원으로 일했던 정수반(43)씨는 “망년회라면 한 번이라도 더 모여서 평소에 먹기 힘든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가 컸다”며 “연말이면 쌀이나 돈을 조금씩 모으거나 단위의 생산물을 팔아서 회식비로 충당했다”고 말했다.

도시의 현장 노동자들도 기업의 제품을 몰래 팔아 회식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씨는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대규모 행사는 사라지고 ’가정집 모임’만 계속됐다면서 “일부 간부들이 상납받은 물건이나 자금으로 망년회를 열었다는 소식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2001년 탈북한 피아니스트 김철웅(32)씨가 전한 평양 상류층의 송년회는 사뭇 달랐다.

그는 “12월25일부터 연말연시 명절 분위기가 난다”며 “잘 나가는 부서에서는 돼지를 잡고 외화 상점에서 외제 술을 구입해 마신다”고 말했다.

일부 단위의 들뜬 분위기는 연초까지 이어져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면서 “이듬해 초 명절 분위기를 없앨 데 대한 지시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 시기 술을 많이 마셔 동사(凍死)나 자동차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가 많았다”며 “공장이 안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송년회를 열어 (음주로) 진을 뽑는다”고 회고했다.

또한 평양의 젊은 층은 보다 ’낭만적인’ 송년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북한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는 단속 대상이지만 연말이면 젊은이들 사이에 캐럴 분위기가 난다”면서 “친구나 연인끼리 밤 늦게 모여 맥주를 마시고 외국 영화도 몰래 봤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그러나 북한에서는 화려한 송년회보다 소규모의 비공식 모임이 대부분이라며 “외부로부터 지원이 크게 줄어든 올 겨울에는 그마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북한의 연초는 양력설, 신년 공동사설 발표와 관철 결의대회, 농촌에 퇴비를 지원하는 ’새해 첫 전투’ 등이 맞물려 연말보다 훨씬 떠들썩하다고 덧붙였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