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송년회 문화, 南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 직장과 모임에서 송년회, 신년회가 한창이다. 필자도 직장과 사회단체 모임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올해를 돌이켜 보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내년의 희망을 말하는 의미있는 자리지만,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자리라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북한에서도 직장별로 종무식을 갖고 개인별로 송년회, 신년회를 즐기는 문화가 있다.


북한에서는 어떤 개인의 사조직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이나 주변 사람들과 나름대로 고기 등 좋은 음식을 차려 나눠 먹는다. 이러한 북한의 송년회와 신년회 모습도 1990년대 대아사 기간을 지나면서 많이 달라졌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으례 지난해를 총화화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송년회준비를 했다. 당연히 음식준비도 빼놀 수 없다. 


국가적인 조직사업이나 공급은 없지만 각 단위마다 자체로 조직하는 송년회, 신년회는 북한 주민들의 연중 행사 중 결코 홀시할 수 없는 중요한 행사로 꼽혔다.


생산단위들에서는 단위책임자의 공식적인 승인 하에 생산제품을 바꾸거나 판매하여 마련한 자금으로 모임에 필요한 술이나 고기, 식품들을 준비한다.


기본 준비품은 개나 염소, 또는 통돼지 등이다. 농장들에서도 작업반별 또는 분조별로 조직하는 데 반장이나 분조장이 예비로 마련해 놓은 농산물로 고기와 술을 바꿔 술상을 준비했다.


비생산단위들에서도 직원들로부터 얼마간의 자금을 모으거나 단위의 예비자금을 털어 이 날 망년회를 준비한다. 이런 단위들에서는 큰 단위나 생산단위들처럼 요란하게 준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촐하게 개(구권 2만~3만 원)와 술, 여러 가지 음식들을 준비해 좌석을 마련했다.


이런 송년회와 신년회 자리를 통해 사람들은 지난 1년간 쌓였던 오해와 불신들을 풀기도 하며 새해에도 서로 의기투합해 잘 지내자고 잔을 찧는다(부딪힌다). 이런 좌석들로 해 연말이면 술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보안서 출입문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소란스럽기도 했다. 


이처럼 나름 풍성하고 즐거웠던 북한 주민들의 송년회와 신년회 문화는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의 사망 후 북한 당국이 정한 ‘애도기간’을 시점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후 ‘대아사’ 시기인 90년대 말까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을 좌우해 다시 조용히 북한 주민들의 생활 속에 송년회, 신년회가 자리 잡게 되었다. 행사 모습도 계층과 부류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외화벌이나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는 직장이나 권력기관에서는 예전처럼 개나 염소, 통돼지를 잡아 자체로 송년회나 신년회를 조직한다. 얼마전 단행된 화폐교환 전 까지만도 북한에서 개나 염소는 한 마리 당 2만∼3만원에 팔렸다.


자체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공장이나 직장에서는 개나 염소는 준비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돼지고기 몇㎏과 술을 준비한다. 부족한 음식은 두부나 고사리, 콩나물 등 여러 가지 부식물들을 사서 조촐하게 준비한다. 


이때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은 직원들은 다른 약속이나 핑계를 구실삼아 슬그머니 모임에서 빠져버린다.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송년회나 신년회 때문에 내야 할 자금이 적지 않은 부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시장이 활발해진 이후 새롭게 떠오른 현상은 인민반이나 가까운 친구들끼리 송년회나 신년회를 조직하는 행태가 많아진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는 주로 직장별로 조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직장에서 조직하는 것 외에 인민반 사람들끼리 조직하는 송년회도 열리기 시작했다.


인민반 송년회, 신년회는 주로 부녀반에서 조직한다. 주로 돈이 있고 권력 있는 집들에서 직접 준비하기 때문에 특별히 돈을 모으지는 않는다.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한 해씩 돌아가면서 치르기도 한다. 


인민반에서는 직장 송년회, 신년회와 겹쳐지는 번거로움을 피해 12월 27~28일이나 1월 4~5일 경쯤에 조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일 때면 세대마다 고급술은 꼭 들고 모이므로 술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런 좌석에 모이면 점잖고 엄격하던 간부들도 마음 놓고 편안히 술을 마시면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국내외정세에 대한 견해를 말하기도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부부 동반으로 한국노래를 부르며 자칭 ‘북한식 댄스’를 즐기기도 한다.


친분관계가 돈독한 좌석에서 한국노래 한 곡쯤 뽑지 못하면 유행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기 쉬운 것이 요새 간부들의 흐름이다. ‘낙화유수’나 ‘홍도야 울지마라’ 등의 노래들이 춤가락과 함께 불리운다.


하지만 직장도 없고 또 직장이 있다 해도 유명무실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런 송년회나 신년회 문화가 자신들에게는 상관없는 일로 돼버렸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시장에 출근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송년회요 신년회요 하는 호사가 아득한 옛말로 돼버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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