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소규모 ‘지페’형 원심분리기 운영 가능”

▲ 압둘 카디르 칸 박사

북한이 우라늄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 구 소련이 만든 ‘지페’형 원심분리기를 토대로 한 비교적 소규모 프로그램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이론물리학자로 플루토늄에 대한 신간을 내놓을 예정인 제레미 번스타인은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원심분리기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인 게르노트 지페 박사가 구 소련을 위해 만든 이른바 지페형 원심분리기 기술을 사용한 것일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번스타인은 지페 박사가 구 소련에 포로로 잡힌 뒤 현 그루지야의 수쿠미에 설립된 연구소에서 지페형 원심분리기를 만들었으며 러시아형 원심분리기로도 불리는 이 기술이 이후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번스타인의 설명에 따르면 칸 박사는 지난 1972년 지페 박사가 원심분리기 관련 컨설팅을 담당한 독일 화학업체 등이 국유화를 거쳐 합류한 국제 컨소시엄인 우렌코의 자회사 알메로에서 독일어로 된 지페 원심분리기 기술을 네덜란드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독일과 네덜란드형 지페 원심분리기 기술을 접한 칸 박사는 인도가 핵장치 실험에 성공한 1974년 줄피카르 알리 부토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귀국했으며 이때 지페 원심분리기 기술을 몰래 들여와 파키스탄의 핵개발에 기여하게 된다.

칸 박사는 이후 1990년대까지 북한과 핵무기 제조기술과 장거리 로켓 기술을 교환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페 원심분리기 기술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은 칸 박사가 핵무기 제조기술을 이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원심분리기 기술을 북한에 넘겨줬으며 아마도 샘플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번스타인은 북한이 마지못해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제한적인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핵비확산조약(NPT)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조건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북한은 사찰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아마도 이런 애매함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북한이 가동중인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면 비교적 소규모일 것이라는 게 자신의 판단이라면서 이제까지의 대북합의가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북한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의 규모 공개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가 소장으로 있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몸담은 바 있는 이론물리학자로 플루토늄에 대한 신간인 ‘플루토늄 :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의 역사’ 발표를 앞두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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