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세습정권과 종북세력 ‘최후 껀수’는 ‘평화협정’

오늘(15일) 개성공단 3차 남북실무회담이 열리고 있다.


한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先 남북대화’ 요구에 따라 회담에 나와 있다. 북한은 일단 남북간 ‘대화 모드’를 유지하면서 대중(對中)관계를 복원하고 전통적인 북-중-러 연합을 구축하는 것이 당면한 대외전략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한미일 對 북중러 구도’는 과거와 많이 다르다. 북한이 러시아에 김계관 부상을 여러번 보낸다 해도 2003년~2004년 6자회담 초기의 북-중-러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 · 러시아가 북핵을 인정할 수 없고, 미중 관계, 한중 관계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탈출로는 그 길밖에 없다. 왜? 동북아 외부환경이 바뀌었으면 북한도 변화에 맞추어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데, 북한은 근본적인 변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면 외교적 선택의 옵션들도 다양해질 수 있지만, 북한정권은 그것이 어렵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이 만들어놓은 체제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른바 주체 외교노선을 견지하기 어렵고 앞으로 ‘타의반 자의반’ 중국의 외교 우산 아래로 차츰 들어가게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자신의 우산 아래로 끌고 들어오는 한편, 한반도 전체를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 할 것이다. 


반면, 한국은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넓여가야 하고,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중국과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찾아내야 한다. 북한문제와 관련한 한중 공통의 이해관계는 북핵문제, 북한 개혁개방 문제, 탈북자 문제이다. 또 최종적으로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한중의 공동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점을 양국이 인정하고 그 방향으로 공동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7월 현 시점부터 시진핑 주석이 진정으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현 시점에서 중국은 ‘장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보다는 먼저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향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이 국가전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북한문제를 둘러싼 한국몽(韓國夢)과 중국몽(中國夢)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중국의 대(對)한반도 전략은 무엇일까?


그것은 1) 6자회담 의장국을 계속 중국이 맡는 조건에서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 2)북한을 계속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추동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가져가면서 한국과의 협조 및 공동노력을 하는 것 3)한반도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것, 이상 3가지가 전략적 방향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서 1)의 문제는 중국이 의장국을 계속 맡을 수도 있고, 순번제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6자회담 의장국 문제는 중요하다. 2003년 6자회담이 처음 논의될 당시, 김정일은 중국을 의장국으로 밀어주는 조건으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얻어낸다는 계획이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이후 근 10년동안 김정일은 6자회담장을 들락거리며 필요할 때마다 중국을 대미 방패막이로 활용했고, 끝내 1, 2차 핵실험에 성공했다. 그동안 어리석게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도발-협상-보상 사이클의 ‘착한 물주’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중은 북핵 불용(사실은 ‘한반도 핵 불용’)을 분명히 했고, 앞으로 이 방향에 수정이 있을 것 같진 않다. 미-중은 1994년 이후 20년 가까이 ‘북한이 진짜로 핵보유국이 되려 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비로소 제정신이 든 편이다.  


따라서 북한은 지난 5월22일 최룡해가  중국에 가서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이라는 언급을 한 시기부터 6자회담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의장국을 계속 맡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6자회담이 북한이 원하는 회담 방식과 의제 설정(북핵-‘평화협정’ 동시 논의)으로 재개된다면, 북측은 현재의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남남 갈등-민관 이간에 몰두하면서, 남측에서 “부디 개성공단 회담장으로 돌아와주세요”라고 머리를 숙일 때까지, 다시 말해 자신들이 회담 주도권을 잡을 때까지 우리를 애먹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6자회담 재개와 개성공단 회담이 속칭 바깥고리와 안쪽 고리로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고,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북측의 개성공단 경제활동을 국제규범화하는 데서 중국과의 공조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한중 협력으로 북측의 개성공단 경제활동의 국제규범화에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의 시장경제화에 크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2)의 ‘북한 개혁개방 유도 문제’에서 최대의 난관은 북한정권의 반대이다. 김정은 정권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할 것이다. 설사 김정은이 다소 개혁개방을 실시한다고 해도, 적어도 중국·베트남식과 차별화하려고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이 한반도에서 미국·일본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3)의 문제는 간단치 않고, 설사 가능하다 해도 제한적일 것이다. 한미일은 어떤 경우에도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추구할 것이며, 이와 같은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중국·북한에 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과 1990년대 러시아 체제 전환 이후 북-중-러의 사상적 유대관계는 이미 소멸되었고, 현재 3국 사이에는 철저한 이해관계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한정권은 이미 소멸된 ‘북중러 관계’를 ‘반미(反美)’를 핵심 고리로 하는 유대관계로 복원시켜 보려고 한다. 오죽하면 김격식 총참모장이 힘이 다 빠진 쿠바까지 찾아가 ‘반미 연대’를 해보려고 했겠는가.


그런데, 북한은 중국을 이용하고, 중국은 북한을 내세워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마지막 껀수’가 남아 있다. 그것이 ‘평화협정’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우리는 핵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며,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된다”고 주장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 20년 동안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속임수를 써왔다면, 지금부터는 ‘평화협정’을 위한 속임수에 몰두할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추진하려면 중국의 동의를 충분히 얻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 중국이 미국,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화협정을 추진할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평화협정’ 추진 동력을 어디에서 얻으려고 할까? 그것은 남한 내부일 것이다. 만약 우리사회 내부에서 ‘평화협정’ 분위기가 고조된다면 북한은 여기에 탄력을 받아 중국과 함께 ‘평화협정’으로 몰고가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평화협정’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불씨가 정치권을 비롯하여 이미 남한 내부에 여기저기에 포진하고 있다고 본다. 이 불씨가 어떤 사건을 매개로 하여 어떤 방향으로 번져나가게 될지가 주목될 뿐이다. 


그래서, 反종북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평화협정’ 용어 그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는 피동적 자세를 가질 필요가 없고, ‘평화협정=先 미군철수·한미군사동맹 파기’라는 북한 및 종북세력의 이른바 ‘반미 자주화’ 논리를 거세하고, 先 북한 핵폐기→後 평화협정 논의→북한의 정보자유화·시장경제화→김씨 수령정권 교체 · 민주화→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로 진행되는 능동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목표는 ‘평화협정’이 아니라 ‘평화통일’임을 분명히 하고 이 방향에서 대북통일정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이 내용적으로는 ‘북핵 불용’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先 북핵 폐기’가 좀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는 지난 20년동안 북한에게 속은 뒤 이제부터는 평화협정과 맞물리면서 새로 시작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종북세력이 ‘반미 자주화 평화협정’ 논리를 친북 + 범야권으로 외연을 넓혀 나가면서 각종 ‘반미·반일·반외세·우리민족끼리’로 연결되는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는 우연적 사건이 매개가 되어 일시적으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데, 이를 복원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단적인 예가 2008년 MBC의 ‘광우병 사기사건’이다. ‘광우병 사태’가 대한민국에게 끼친 해악은 이루 말로 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어수선한 정세에 끼어들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정치인들도 있게 마련이다. 최근 ‘귀태’ 발언이나 전(前) 대통령의 일제시기 창씨 개명을 물고늘어지려는 한심한 작태가 그런 것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니까, ‘진보’라는 가면을 쓰고 자꾸 과거로 돌아가려는 행태, 이들이 북한 3대세습정권과 더불어 진정한 ‘한반도의 양대 수구꼴통’들이다. 이 ‘수구꼴통’들이 언제 어떻게 또 깽판을 칠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한미·미중·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한반도 정세는 정중동(靜中動)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회담을 ‘우리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회담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한쪽 눈은 중국을 쳐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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