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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무역상들이 한 목소리로 욕을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북한 세관관리들의 횡포와 까다로운 검색기준이다.
북한 세관원들이 각종 검사 명분으로 물건을 갈취하고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런 불만들이 대내외로 고조되자 북한 당국도 세관에 대한 검열 조치를 대폭 강화해왔다. 그러나 세관의 횡포가 여전하다고 최근 북한을 다녀온 무역상인들은 말한다.
10여 년째 북한에 중국산 생필품을 유통시키는 무역상 왕해동(가명) 씨는 29일 “까다로운 통관절차 때문에 갈수록 물건 가져오기가 힘이 든다”며 “지금은 조선주재(북한에서 파견된 무역상)들까지 중국에서 생필품을 가져다 팔기 때문에 몇 십만 위안(중국 돈) 어치 물건을 가져가도 푼돈이나 겨우 번다”고 말했다.
중국 화교인 왕 씨는 북한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다가 지금은 중국에서 북한쪽으로 생필품을 넘기는 무역일을 한다.
왕 씨는 “돈은 점점 벌기 힘들어 지는데 세관원들의 반말까지 들으며 까다로운 검사를 마치고 나면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더 화가 나는 것은 검사 때마다 없어지는 물건인데 딱히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며 “옷가지 한두 개 없어지는 건 일도 아니고 한 묶음씩 없어질 때는 돈 벌기는 고사하고 밑지지 않으면 닥상(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민폐 10위안짜리 옷가지 하나 가져가봐야 겨우 2, 30전 벌까 말까다. 그래도 나는 한번에 5t트럭으로 3차(1백만 위안)정도 물건을 해 가는데 그걸 다 팔아야 3~4만 위안이 남는다. 거기에 운송료와 세금까지 내고나면 겨우 1만 위안 손에 쥘 때가 많은데 물건까지 한두 묶음 없어지면 그야말로 빠이깐(공짜로 일해주다는 중국말)이 된다”고 하소연 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모든 물량은 예외 없이 철저한 검색을 거치게 된다. 차량이나 컨테이너는 물론 개인들의 호주머니 안에 있는 지갑까지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한 세관원들이 일일이 무조건 뜯어서 검사하기 때문에 통관절차를 거칠 때는 아수라장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 현지 무역상인들의 설명이다.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떠난 물건(짐)을 일일이 뜯어 검사하다보니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두 개 잃어 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때는 박스째 잃어버리는 사고도 발생한다.
왕 씨는 “조선세관이 하도 까다로워 2년 전부터는 와크(수입허가증)가 있는 조선 주재들한테 돈을 주고 통관을 맡기고 있는데 그래도 물건 없어지기는 매 한가지다. 어쩌겠나?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에 4번 꾸준히 조선에 물건을 가져간다. 그렇게 잃은 돈을 봉창(만회)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 말했다.
한편 왕 씨는 북한 세관이 모든 물건을 이 잡듯이 헤쳐 보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든 허물을 잡아 돈을 더 뜯어 먹으려는 심보가 아니겠냐”면서 “그 사람들은 그걸로 먹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세관에서 짐 검사 당할 때면 세관원들은 감옥의 간수 같고 나는 그 앞에 죄를 짓고 그 값을 치르는 죄수 같은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