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은 현재 성홍열 발생지역에 봉쇄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함북 청진에서 군부대 노무자로 일하는 정진석(가명·35세)씨는 14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북한 동해안의 큰 도시들은 이미 성홍열이 펴져 상태가 심각하다”며 “그 지역으로 장사나 개인 목적으로 들어간 일반인들은 지금 오도 가도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강원도 원산, 함남도 함흥과 신포, 단천, 함북 길주, 청진을 비롯해 양강도 혜산 등 북부와 동부 거의 전역에 성홍열이 펴졌으며 최근 함북 회령에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정 씨에 따르면 당국은 성홍열에 대한 대책으로 환자와 일반인들과의 격리 외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며칠 전 군부대 출장증명서를 갖고 함흥과 단천지역을 직접 다녀왔다”면서 “12월 20일까지 유치원과 소학교들이 수업을 중단했으며 병원에는 환자들로 이미 넘쳐 다른 환자들은 각자 집에서 치료한다”고 전했다.
그는 “성홍열이 10대 어린이들과 30대 미만의 사람들 속에 많이 퍼졌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이들에 대한 이동을 철저히 단속한다”고 전했다.
정씨는 “현재 군인과 군 관련 업무를 보는 사람들, 국가보위부, 보안성 등의 공무 출장을 제외한 모든 일반주민들의 여행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홍열이 번지면서 동해안의 큰 도시들은 철도역을 아예 봉쇄하고 통과하는 열차의 승강대 문을 열어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여행제한이 있기 전 전염병 발생지역에 들어갔다가 출입제한에 걸려 나오지 못한 일반 여행객들은 오도가도 못해 아우성 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한조치가 12월 20일까지 되어 있지만 더 연장될 수도 있다”며 “일반인들에 대한 여행제한으로 장사가 막혀 장마다 물가가 더 올라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여름 수해로 인한 식량감소와 핵실험 등으로 유엔 대북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식량을 비롯한 외부 지원이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가을철에도 식량가격이 내리지 않고 더 올랐다. 여기에 열차를 통한 이어달리기식 장사(유통업)가 막힐 경우 장마당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홍열은 항생제만 있으면 완치 가능한 전염병이지만 북한은 약품부족으로 북부와 동부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12월 중순이 넘어가면 맹추위가 시작된다. 북한당국은 성홍열이 본격적인 겨울 추위와 함께 사라지길 바라며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이 핵무기로 강성대국과 선군정치를 부르짖는 동안 북한주민들은 성홍열로 또 엄혹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