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최소 인원에 관한 출항 규정이 없고 뇌물만 주면 두 명만 있어도 출항이 가능하다고 복수의 탈북민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15일 북한 주민 4명이 목선(木船)을 타고 삼척항에 입항한 사건을 두고 4명 이상 모여야 출항을 허용하는 북한의 규정 때문에 귀순을 계획한 2명이 나머지 2명을 속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북한에서 어업 관련 일을 하다 2018년 탈북한 김명진(가명·황해남도 출신) 씨는 3일 데일리NK에 “출항 허가는 인원에 크게 관계없다”면서 “네 명 이상이 모여야 출항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어 “최소 승선 인원에 대해서는 거주지의 해안경비초소 특성, 지역별로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면서 “대체로 뜨랄 선(트롤선, 저인망어선)은 8~10명, 자망배, 꽃게잡이 배는 40명 정도 타고 이번에 문제가 된 목선 소형어선은 2명만 있어도 출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산사업소 근무 경험이 있는 강정남(가명·함경북도 출신) 씨도 “가장 중요한 건 당국의 승인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배를 타기 전 일반적으로 뇌물을 마련한다”면서 “담배나 달러를 주면 배에 2명이 타든 4명이 타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가 해사감독국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해사 관련 법 중에도 출항 인원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다만 북한 사회의 특성상 상급의 지시로 인한 검열과 단속 규정이 따로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상호 감시를 위해 더 많은 최소 인원을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목선이 출발한 함경북도 경선의 최소 출항 인원이 4명인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아울러, 처음 탈북을 계획했던 두 명이 의심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나머지 두 명을 승선시켰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수산업을 외화벌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탈북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업 활동을 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 수산법은 선박을 관련 기관에 의무적으로 등록할 것을 명시(44조)하고 있고, 국가계획을 받지 않고 수산자원을 생산한 경우 배·어구·설비를 몰수(48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해안경비대나 각종 기관 등을 통해 주민들의 어선을 통한 입출항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로 인해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씨는 “출항하기 위해서는 각종 뇌물을 바쳐야 한다”며 “배에 문건(등록증)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국은 될수록 가족끼리 배도 태우지 않으려고 하지만 돈만 주면 그냥 통과된다”며 “해안경비대도 주어진 계획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받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소형어선을 통한 어로 활동이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오징어 배로 알려진 북한 목선도 국내 오징어 배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 씨는 “작은 배로 무리하게 조업을 하다 사고가 많이 난다”며 “몇 해 전 청진에서 네 세대가 사는 살림집 한 동의 세대주(남성)들이 모두 일(바다)을 나갔다 사망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