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북한을 7대0으로 꺾은 포르투갈의 미드필더 티아구 맨데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북한 선수들이 경기 결과 때문에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티아구는 “북한 선수들이 억압적인 정권하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슬펐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24일 전했다.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그 결과로 인해 상대팀의 선수들이 겪을 정치적 위험성을 우려한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티아구는 “북한 정권은 정말로 가혹하지만 우리는 축구 선수이므로 매 경기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 선수에게 동료애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많은 골을 내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북한 선수에게 유감이다”며 “그렇지만 우리도 첫 승을 거두고자 최선을 다했고 가능한 한 많은 골을 넣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티아구는 지난 21일 남아공월드컵 G조 북한과 2차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포르투갈의 7-0 대승을 이끌었다. 북한은 이날 포르투갈과 경기를 이례적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북한 내부도 포르투갈전 대패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경기를 생중계하던 북한 축구 해설자는 점수 차가 벌어지자 실제 말을 잃는 모습이었다.
조선신보는 22일 평양발 기사에서 “조선중앙TV가 21일 실시간 중계한 포르투갈전을 지켜보던 평양시민들의 기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함과 실망으로 바뀌어 갔다”며 “기대가 부풀어 오른 만큼 실망도 컸던 모양으로, 상대팀의 높은 기술을 득점수로 확인한 그들은 말수도 적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북한 당국이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강도 출신 한 탈북자는 “북한 당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선수들을 영웅으로 선전해온 만큼 경기 결과 때문에 처벌 등 불이익을 줄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남는다”면서 “옛날과 달리 요새는 소문이 다 나기 때문에 그런 걸로 처벌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팀이 침체 분위기이지만 남은 한 게임에서 북한팀이 선전해 승리를 거둔다면 이러한 분위기는 또 바뀔 수 있다.
조선신보도 “시민들 사이에 여전히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브라질팀과의 선전이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 있고 그것이 우연이 아님을 믿고 있다”며 오는 25일 코트디부아르와 조별리그 최종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